3억 현금 받은 '모르쇠' 일관 교육감 비리 공범들이 실토

억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9일 법정 구속된 데는 공범이자 50년 동안 알고 지낸 중·고등학교 친구의 자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인천 시내 학교를 이전해 재배치하는 사업을 놓고 시 교육청 공무원과 시공사가 억대의 금품을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곧이어 이 교육감이 선거를 치를 당시 사무장을 맡았던 50년 지기 중학교 동창 A(63)씨와 인천시교육청 전 행정국장 B(60·3급)씨 등 3명이 검찰에 체포됐다.

이들을 상대로 학교 신축 시공권을 대가로 3억원의 금품이 오간 사실을 파악한 검찰은 뇌물이 이 교육감의 선거 빚을 갚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고 그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 수색을 하며 현직 교육감에 대한 강제 수사를 시작했다.

강제 수사 1주일 만에 이번 사건의 정점에 있는 이 교육감을 소환 조사했지만, 이 교육감은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공범인 A씨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후 "건설업자로부터 받은 3억원은 사업비용으로 썼다.

경마로 날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하다가 탕진했다'는 핑계를 계속 대며 친구인 이 교육감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진술이 검찰 측 증거와 자꾸 맞지 않고 언론을 통해 이 교육감이 자신을 비난하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서는 결국 자백했다.

뇌물 3억원이 모두 현금으로 오간 탓에 당시까지 이 교육감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찾지 못한 검찰로서는 결정적 단서를 확보한 것이다.

A씨가 자백하자 B씨도 무너졌다.

B씨도 3억원에 대해 이 교육감이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는 "이 교육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 교육감의 사전 구속영장이 2차례나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자칫 진보 교육감을 향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검찰은 이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고 재판에서도 이 교육감의 공소사실을 유지하기 위해 변호인단과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지난달 검찰은 이 교육감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6억원, 4억2천만원 추징을 구형했다.

재판부도 핵심 증인인 A씨의 진술이 이 교육감의 주장보다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장세영 부장판사)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교육감에게 징역 8년에 벌금 3억원을 선고하고 4억2천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교육감에 대해 "피고인은 뇌물, 정치자금 불법수수, 회계보고 누락 등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면서도 "핵심 증인인 A씨의 진술과 검찰 증거를 토대로 종합해 볼 때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실형을 선고한 이상 현직 교육감인 신분을 고려해도 구속해야 한다며 이 교육감을 이날 법정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마땅한 결정" 이라며 "뇌물죄를 저지른 교육감에게는 인천 시민들이 자녀 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으로 뇌물 3억원이 오간 사건이어서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다"며 "법원 판단을 봐도 공범들의 일치된 진술이 유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