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입국 금지·멕시코 장벽·오바마케어 손질…행정조치 20건
의회 승인 필요없고 즉각 효력 장점…美언론 "서명 속도·양상 전례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열흘간 정책 의지를 담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쏟아내며 미국과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bc 방송과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후 지금까지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포함해 행정명령 7건을 발동했으며, 대통령 각서 11건과 대통령 포고 2건에 서명해 모두 20건의 행정조치를 내렸다.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이 감독하는 연방 정부 기관에 지시하는 공식 성명이다.

상위 개념은 행정조치(Executive Action)로, 행정조치에는 행정명령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약한 조치인 대통령 각서(Memorandum)와 대통령 포고(Proclamation)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운동 기간 내세운 많은 공약을 행정명령으로 실현했다.

행정명령으로 ▲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 한시적 금지 ▲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 건설 ▲ 전과 있는 불법 이민자 제거 ▲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관련 규제 완화 ▲ 환경영향 검토 기간 단축 ▲ 퇴직 공직자 로비활동 제한 ▲ 규제 1건 도입 시 2건 폐지 등을 선언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울 때부터 논란을 빚어온 무슬림 입국 제한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은 미국 안팎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대통령 각서로는 환경 파괴 논란을 빚어온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신설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미군의 재건 등을 천명했다.

행정명령은 법적 구속력이 있으나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재무부로부터 예산을 끌어오는 데 쓰일 수는 없다.

헌법과 의회가 정한 법 테두리 안에서 정부가 어떻게 행동할지 대통령이 지시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정도다.

또 의회 반대나 헌법에 따른 대법원 결정으로 행정명령이 무효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행정명령은 애초에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고 즉각 효력이 발생한다.

그래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의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에 도착하자마자 상징적인 행정조치를 발표해 새 정부 출범을 천명하곤 했다.

8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도 취임 첫날에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만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8년 재임기에 발동한 행정명령은 모두 279건으로 연평균 35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1호로 '오바마 지우기'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그는 취임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표 공적으로 꼽히는 오바마케어와 관련 있는 규제 부담 완화를 정부 기관에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처음으로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행정명령 활용에 대해 언론과 전문가들은 역대 어느 미 대통령보다도 빠른 속도와 다른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하월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는 USA투데이에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질주를 위해 일방적인 명령을 다수 발동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온갖 종류의 정책 이슈를 찢어발기며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특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