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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공자의 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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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희 < 유도그룹 회장 cmyu@yudohot.com >
    [한경에세이] 공자의 가치관
    공자는 노(魯)나라에서 태어났다. 그는 13년 동안이나 여러 나라를 전전해야 하는 생을 살았다. 그의 일생은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는 그리 탐탁지 않다. 과거 요순시대나 주(周)나라의 천자(天子)들 또는 그 밑의 제후나 대부들은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함으로써 백성의 안위를 보살피는 것을 주된 임무라고 생각했고 공자 가치관의 출발점 역시 이로부터 기인한 것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치는 끝없이 계속 새로운 것으로 변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젊은 시절 공자를 잘못 이해하고 그를 공부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의 가르침 또한 인류문화의 한 면이며, 인류가 간직해야 할 가치임을 알게 됐다.

    오늘날 우리는 5000만 인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살고 있다. 공자 시절에는 한국보다 몇 배 더 큰 세상을 안정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논어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그런 정치적 질서를 숭상했고 또 그 질서 속에서 자신의 지식을 펼쳐보이며 사람들의 행복추구를 실현하는 길은 오직 정치적 안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회사라는 또 다른 조직이 있어 인간의 행복 실현 가능성을 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나는 적어도 회사 안에서 최종 책임을 지고 최종 결정할 권리를 가졌기에 나의 책무는 요순시대 임금들과 관계도 없고, 다른 기업 조직의 책임자들과 연관 관계도 희박하다. 다만 나는 고객들이 선택해준 것에 대한 책무를 다하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진 재화를 어떻게 써야 할지는 언론 또는 정치적 가치관에 의해서도 대답을 찾을 수 없기에 밤늦게까지 논어를 공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벌어들인 재화를 사회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에 들어가면 여전히 고민 중이다. 나는 착한 일을 했다고 칭찬받고 싶지도 않다. 다만 떠날 날이 가까이 오면 내가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금씩이라도 나눠주면서 “세상에 나와서 잘 먹고, 잘 입고, 잘 놀다 간다”고 미소 짓고 싶을 뿐이다.

    유영희 < 유도그룹 회장 cmyu@yudoho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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