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급등락→한·중 등 아시아 증시 요동칠 듯
당선인 발언과 대통령 정책 달라 기우에 그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의 공식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금융시장이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다.

그의 대선공약 이행 여부는 미국 경제는 물론 전 세계 경제에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선공약인 자국산업 보호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대규모 인프라 투자·중국 견제, 대북 강경노선 등이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등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보호무역 강화 정책을 현실화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는 냉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간의 통화·무역분쟁 격화는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제시한 트럼프와 중화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기싸움은 양국 간에 통화·무역전쟁을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게 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 중국이 대미 수입통관 강화나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등으로 맞불을 놓을 경우 양국 사이에 낀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될 수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속담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해왔다.

그는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양국관계의 원칙으로 자리 잡아온 '하나의 중국' 정책에 도전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으며 중국을 자극한다.

이처럼 트럼프가 중국과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우자 금융전문가들은 양국 간에 통화전쟁과 통상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를 한다.

중국은 물론 세계증시를 뒤흔들었던 1년 전 '중국발 악몽'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급등락은 중국 등 아시아 증시에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몰고 올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위안화 절하가 잇따르자 외국인 자금이탈과 그에 따른 증시 폭락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세계증시에도 큰 충격을 줬다.

중국 경제와 밀접한 한국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중국 위안화 흐름이 작년 1월 초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증시가 개장 30분 만에 7% 이상 폭락해 거래가 중지된 지난해 1월 7일에는 위안/달러 기준 환율이 달러당 6.5646위안, 역외시장 환율은 6.6905∼6.7618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2~3개월간 위안/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의 저지선으로 여기는 7위안에 훨씬 가까이 다가서며 세계 금융시장을 초긴장 사태에 빠지게 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8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예상보다 일찍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 경제와 증시 전반에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트럼프의 공약 가운데 금융시장이 기대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세금감면 등은 취임 이후 수개월은 지나야 가시화할 수 있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수정·탈퇴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 우려스러운 정책들은 트럼프의 의지에 따라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 양국 간 경제갈등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이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선 직후에는 트럼프가 추구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와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채권가격과 금값이 하락했다.

하지만 취임일이 다가오자 주식시장 상승세가 멈추고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그리고 금값과 채권가격도 반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도 "트럼프가 여러 차례 직접 중국의 환율조작을 경고했고 경제·통상 분야 인선도 대중 강경파로 채우는 등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양국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면 중국 자본 유출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증시의 하방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연구원은 이 영향으로 올해 국내 증시는 시장의 주류격 전망인 '상고하저'가 아닌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발 무역·환율전쟁이 이어지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더구나 트럼프 당선 이후 금융시장은 트럼프 정책의 긍정적인 면만 잘 반영하고 부정적인 면은 아직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 역시 트럼프 취임으로 미국발 통상마찰, 특히 중국과의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 실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환율조작국 문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듯하다.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무기로 삼아 중국을 상대로 위안화 절상압력을 하면서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며 "중국도 그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국채 매도를 가속화하는 등 여러 방식의 마찰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더라도 수위를 낮춰 본격적인 무역분쟁까지 일으키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당선인일 때의 발언 수위 그대로를 취임 후 정책에 반영하기에는 트럼프로서도 부담이 크고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더라도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하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관련법상 미국 재무부는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 항목에서 모두 기준을 초과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게 돼 있다.

중국은 무역수지와 외환시장 개입 두 부문에서만 문제가 되는 상황이어서 '관찰대상국'으로는 지정될 수 있으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중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미국 제조업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내포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향후 정치·경제 분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도 "환율조작국 지정은 그 기반이 되는 재무부 반기 보고서가 4월에 나오기 때문에 취임과 동시에 당장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보호관세도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데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와 공화당 주류의 정책이 상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위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