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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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대형 정보기술(IT)주의 랠리를 등에 업고 역사적 고점(2230)을 뚫을 기세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널뛰기를 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열정과 냉정 사이에 놓인 증시에 대해 "신중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1일 단 하루 동안 국내 현·선물 시장에서 1조72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하루 순매수 규모로 2015년 3월17일 이후 최대 수준이다.

외국인의 탄탄한 수급이 코스피 랠리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외국인은 작년 12월 이후로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한국, 대만 등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국가의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인도, 필리핀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신흥국 주식 비중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이 같은 글로벌 수급을 근거로 '한국 랠리'가 아닌 '신흥국 랠리'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는 새해 코스피 랠리에 대해 "IT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등에 업은 단독 랠리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신흥국의 공동 랠리"라며 "연초 이후 코스피가 2.99%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가 없는 신흥국 증시도 2.95% 뛰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증시의 단독 상승이 아니라 '미국→유럽→신흥국'으로 자금이 순환하는 패턴 위에 코스피 역시 놓여있다는 얘기다.

이재훈 미래에셋대우 투자전략팀 연구원의 경우 달러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점검하고 시장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의 원·달러 환율은 상당한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일 하루에 20.1원 떨어진 뒤 6거래일 중 4거래일의 일일 변동폭이 10원을 넘었다.

올 들어서 10거래일 동안 원·달러 환율의 하루 변동폭은 평균 8.9원. 2016년 하루 변동폭은 5.8원, 2015년엔 5.2원을 기록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환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훈 연구원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전후해 달러화가 재차 반등에 나설 여지가 있다"면서 "기자회견 당시 언급하지 않았던 미국 경제 비전이 강조되거나 혹은 향후 경제 정책이 예상될 경우엔 '신흥국 유동성'이 둔화되면서 외국인의 단기 차익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다음주부터 실적시즌을 맞이하는 미국 증시도 점검해야 할 이슈다.

배성영 KB증권 시장전략팀 연구원은 "새로운 모멘텀(동력)이 확보돼야 미국 증시가 더 오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주 이후 전개될 실적시즌 동안 기업 이익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强)달러 탓에 기업 이익의 개선 강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

이와는 반대로 한국 증시의 '강세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팽팽하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를 중심으로 한 한국 증시의 경우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지수 기준으로 지나치게 할인돼 평가받고 있다"며 "'비중 축소'에 대한 고민은 저평가가 상당히 해소되고 난 연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이 원화 약세보다 글로벌 경기회복 및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를 더 긍정적으로 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에서 외국인은 철강, 은행, 화학, 기계, 운수장비, 증권 업종 등을 매수 중인데 이들 업종은 공통적으로 경기에 민감하고 가치주 성향을 지닌다"며 "외국인은 원화 약세 보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더 크게 보고 한국 주식을 사고 있다"라고 해석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