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신설 '뜨거운 감자'…경제민주화·선거연령 등 곳곳 쟁점

새누리당에서 갈라져 나온 보수성향 정당인 바른정당이 주요 정책기조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놓고 머리를 맞댔으나 내부적으로 '통일된' 목소리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심이 등 돌린 새누리당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합리적 보수' 기조를 내놓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좌클릭'했다가는 보수정체성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에 따라 내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른정당은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체회의 겸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주요 정책들과 당헌·당규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 수렴에 본격 착수했다.

그러나 검찰 개혁과 경제민주화, 선거연령 하향 조정 등 민감한 정책 쟁점을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려 일관된 기조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엇박자가 가장 크게 우려되는 쟁점 중 하나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바른정당은 지난 5일 발표한 정강·정책 가안에서 '사법정의 구현'을 강조하며 "사법정의 구현을 위해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근절하고,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바른정당은 공수처 신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그 결과 당내 분위기는 찬성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많은 의원이 찬성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율사출신 의원 일부는 공수처 신설이 자칫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서도 내부에서 목소리가 갈리고 있다.

바른정당은 정강·정책에서 "재벌개혁을 통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의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SBS 라디오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반쪽"이라면서 "대기업의 반칙을 막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거기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도와줄 새로운 경제시스템이 같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연령 조정 문제 역시 쉽사리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바른정당은 지난 4일 창당준비 회의를 거쳐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데 '전체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의총을 통해 결정할 일을 주호영 원내대표와 상당수 의원이 없는 상황에서 전체 합의가 됐다고 결정했다"는 반발이 나오자 재논의에 들어간 상태이다.

한 바른정당 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신당에 선수(選數)가 높은 사람들이 워낙 많고,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도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이끌다 보니 의견을 모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