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리치 "트럼프의 '핵능력 강화' 발언 아주 적절"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사진)이 “차기 대통령이 ‘체계적으로 미국의 핵 능력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최근 ‘핵 능력 강화 필요’ 주장에 대해 ‘분별없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미국 강경보수주의의 상징이던 깅리치 전 의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깅리치 전 의장은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 “트럼프 당선자는 러시아에 ‘당신들이 위협적인 연설을 하지만 진짜 위협적인 연설이 뭔지 우리가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행정부에서 특별한 직책 없이 정부개혁과 대(對)의회 관계,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 당선자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22일 트위터에서 “전 세계가 핵무기와 관련한 분별력을 갖추는 시점까지는 미국이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같은날 러시아 국방부 순시 연설에서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부대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직후 대응 성격으로 나왔다.

깅리치 전 의장은 “우리(미국)가 점점 약해지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계속 핵 능력을 확충했고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미사일을 만들려 애쓰고 있으며 이란도 핵무기 제조를 시도하고 있다”고 핵 능력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 군축협회(ACA)에 따르면 미국은 5000기에 조금 못 미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의 핵탄두는 미국보다 400여기 많다. 실전 배치된 핵탄두는 미국이 1492기, 러시아가 1737기다. 양국은 2010년 서명한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실전배치 핵탄두 수를 1550기로 줄여야 한다.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신형 핵탄두를 개발하지 않고 숫자를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군비 확장과 함께 핵 능력 강화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핵군축 합의가 무력화되고 다시 핵 경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깅리치 전 의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대변인이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중대한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데 대해 “트위터로 일하는 게 그의 방식이고 우리는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트위터를 통해) 매우 빠르게, 반복적으로 (당선자 자신이) 의제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