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국내에서 사육 중인 알 낳는 닭 5마리 중 1마리 이상이 도살 처분돼 '계란 대란'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산란계(알 낳는 닭) 1천532만4천 마리가 도살됐다.

전체 산란계 사육 규모 대비 21.9%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 역시 씨가 마르고 있다.

이미 전체 사육대비 38.6%에 해당하는 32만7천 마리의 산란종계가 도살 처분됐다.

당장 알 낳는 닭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아리가 닭이 돼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기까지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란 부족 사태는 내년 6월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AI 피해가 집중되면서 도살 처분된 가금류는 2천231만6천 마리나 된다.

신고 건수 역시 총 99건으로 100건에 육박한 가운데 89건이 확진됐고 나머지 10건은 검사 중이다.

방역당국은 전날 들어온 의심 신고 접수 건수 중 전북 김제 용지면의 산란계 밀집 지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백브리핑에서 "김제의 경우 10㎞ 방역대 내 산란계가 500만 마리에 달하는 국내 최대 산란계 집산지 중 하나"라며 "이곳은 과거에도 AI가 발생한 적이 있고 방역 시설도 취약해 인근 지역으로의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충북 지역에서 처음으로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옥천 지역에 대해서도 "지리적으로 옥천을 지나면 영동이고, 영동 지나면 경북 김천이어서 경상도 지역으로의 바이러스 유입에 대비해 차단 방역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확진 농가와 예방적 도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곳까지 포함하면 AI 양성농가는 231곳에 달한다.

이와 별도로 야생조류에서는 H5N6형 25건, H5N8형 1건 등 총 26건이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는 당장 계란이 모자라는 상황이긴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초점을 맞춰 방역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AI 발생농가 반경 3㎞ 이내에 있는 계란 반출을 금지한 정부는 반출 금지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 조치도 연장할 방침이다.

반출 금지되는 방역대는 전국에 총 35곳으로, 닭 약 250만 마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방역대 외에서 알 운반차량이 이동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세차 증명서 휴대 및 농가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 살아있는 닭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으로의 토종닭 유통을 전면 금지한 정부는 토종닭 시장 격리 추진 시 필요한 자금과 도계장 및 냉동 보관창고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원 5명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AI 중앙사고 수습본부를 방문해 AI 발생 현황 및 대책을 점검했다.

김영춘 농해수위원장은 "농가 현장에서는 정부의 방역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불만이 많다"며 "이제 겨울 초입인데 남은 3개월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스럽다"며 정부에 실효성 있는 방역대책을 주문했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전 부처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민에 여러 가지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우선은 방역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방역정책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농해수위는 오는 29일 상임위를 열어 AI 추가 방역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세종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