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승자독식 접근과 인권 존중 부족은 민주주의 기초 위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올해는 뇌성 같은 '현상 유지'의 포기를 목격했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에디터 리오넬 바버(61)는 16일(현지시간) "선동가들의 한 해: 2016년에 민주주의를 변화시켰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평했다.

바버 편집장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터키의 레제프 에르도안, 중국의 시진핑 같은 '스트롱맨'(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에겐 좋은 한 해였지만 사람들의 감정들과 편견들을 먹고 산 선동가들에겐 더욱 좋은 한 해였다"면서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전 대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트럼프 당선인 등을 이런 선동가로 언급했다.

그는 일각에서 얘기하는 1930년대와 유사성은 많은 측면에서 오류라면서 완전 고용에 가까운 미국의 실업률과 2010년 이래 20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영국 등을 논거로 들고 지금은 1930년대 '대공황'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정당 시스템의 쇠퇴, 좌우 정당의 종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프랑스 사회당과 영국 노동자당, 이탈리아 사회당 등 중도 좌파 정당들은 거의 한계에 이른 듯 보이고 영국, 프랑스, 독일, 헝가리, 네덜란드, 폴란드 등지에서 중도우파 정당들도 중도 좌파 정당들에 비해선 좀 나아 보이지만 반(反)이민, 국수주의 성향의 주변 정당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올해엔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세계화에 대한 환멸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현상이 전개됐다면서 "2016년은 '세계화 2.0' 시대가 결국 끝났음을 지켜봤다"고 했다.

일자리에 대한 걱정, 승자와 패자 간 소득 불평등 심화, 거대한 난민 유입 등을 그 배경들로 들었다.

바버 편집장은 "두 세기 넘게 미국은 다원주의, 관용, 법질서 같은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해왔고 대부분 기간 역사의 옳은 편에 있었지만 올해 미국인들은 처음으로 공직과 군 경험이 없는 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이는 브렉시트처럼 결코 예측 불가한 결과들을 수반한 매우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의 승자독식 접근과 소수자 인권 존중 부족은 미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이 쓴 '연방주의자 논집'(The Federalist Papers) 제10편에 적시된 민주주의와 자유 사회의 기초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입장은 '사람들의 의지'는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존중돼야 한다는 극단적 브렉시트 지지자의 요구들을 투영한다"며 "언론, 야당, 사법부 등이의를 제기하는 누구라도 '국민의 적들'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버는 "이는 단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니라 정치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고 끝을 맺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