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친박과 비박으로 갈라져 서로 "당을 떠나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표결을 기점으로 당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면서 분당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내 비박계 위주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는 12일 오전 회의에서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 핵심 8명을 지목해 탈당을 요구했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들 8인을 "국정을 농단하고, 민심을 배반하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들'"이라고 규정했다. 항간에선 이들을 가리켜 '친박 8적(賊)'이란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황 의원은 친박계가 '혁신과 통합연합' 모임을 결성키로 한 데 대해 "사실상 보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 세력이 모여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며 모임 해체와 친박 지도부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친박계 위주의 지도부는 비박계 퇴진 요구를 맞받아쳤다. 비상시국위를 이끄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이들의 탈당을 요구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 탄핵을 사리사욕과 맞바꾼 배신과 배반, 역린 정치의 상징"이라며 "인간 이하의 처신을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인 척 '코스프레'(분장) 하는 배반과 배신의 아이콘인 김 전 대표, 유 전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후안무치일 뿐"이라며 "새누리당은 이제 이 두 분과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후속 설전도 이어졌다. 유승민 의원은 "당에 남아서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일관되게 드렸으니까 그런 노력을 할 것"이라며 탈당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그러면 출당시키는 수밖에 없다.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즉시 당을 떠나라는 게 최고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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