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같은 무역흑자국 미국 LNG 수입하라"…통상압력 예고한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사진)가 한국 등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한 통상압력의 밑그림을 제시해 주목된다. 무역흑자국들이 셰일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를 적극 수입하도록 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월가 투자업계에 따르면 로스는 지난달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한 투자포럼에서 차기 트럼프 정부의 무역 및 에너지정책을 설명했다.

로스는 당시 상무장관으로 내정되기 전이었지만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등은 매년 상당한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올리면서도 정작 액화천연가스(LNG)는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에서 막무가내식 통상압력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별로 맞춤식 통상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한국 등과 관련해서는 “셰일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도록 해 적자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는 “이들 국가가 LNG 도입처를 미국으로 전환하면 어떤 희생이나 비용 부담 없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교역국 간 무역적자와 흑자를 낮추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트럼프 당선자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내정자가 지난달 대통령 선거 이후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 투자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내정자가 지난달 대통령 선거 이후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 투자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 내정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규제를 풀어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생산을 대폭 늘리고 수출 허가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해 수요를 진작시키고 세수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 투자포럼에서 대공황 당시의 스무트홀리법을 예로 들며 “막무가내(willy-nilly)식의 통상정책은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은 1930년 대공황 당시 수입품에 최고 400%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부과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이 연쇄적으로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글로벌 교역이 급감하고 미국의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되는 실패를 겪었다.

로스는 트럼프 당선자가 언급해온 중국에 대한 45% 관세 부과에 대해서도 “협상을 위한 전략적 고려”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를 모든 수입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미친 사람으로 봐선 안 된다”며 “스무트홀리법은 사전 협상이나 경고, 전략 없이 즉각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에서는 스무트홀리법과 같은 정책이 없을 것이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가별로, 제품별로 맞춤식의 체계적인 접근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미국 내 신발과 의류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산 면화 수입은 쿼터(한도)를 정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의 변화를 끌어내겠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 독일 등에 셰일가스를 포함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도록 하겠다는 뜻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를 통해 무역전쟁 없이 국제교역이 활성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무분별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통상마찰로 이어져 미국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월가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해 연간 2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