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 DSR 산출…기존 빚 있으면 주택대출 심사 더 깐깐해질 듯
한도규제 아니지만 美 금리인상 앞두고 DTI보다 영향 막강해질수도


금융기관 빚을 이미 꽤 가진 사람이라면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기가 한층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대출 신청자가 한 해 대출금을 갚는 데 정확히 얼마를 쓰는지 은행이 알 수 있게 되면서 빚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더 깐깐하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원은 다음 달 9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은행권에 정보제공을 시작한다.

DSR는 차주의 연간 소득대비 연간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말한다.

연간 총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판단하기 위해 산정하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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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도 상환부담을 판단하는 지표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쓰이고 있다.

이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대출 한도가 제한된다.

기존 대출의 원금상환 부담은 제외하고 이자 부담만 추정해 고려하는 게 DTI의 한계다.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중도금 대출, 신용대출 등은 상환부담이 실제보다 적게 반영된다.

내달 9일부터 신용정보원이 제공하는 정보는 향후 1년간 대출 신청자가 실제로 지출해야 할 원리금 상환액의 구체적인 수치이다.

이 수치를 연 소득으로 나누면 실질 DSR가 산출된다.

소득 정보만 충실하다면 실제 상환능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 지정된 신용정보원이 모든 금융권의 개인신용정보를 취합해 관리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내달 9일부터 은행이 대출 신청자의 DSR 정보를 조회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활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권의 준비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 정보를 받더라도 소득, 자산, 직업 등 다른 정보와 함께 종합적인 심사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초기부터 내부 심사기준에 구체적으로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도 참고자료로는 활용될 수 있지만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까지 활용이 제한적일 것이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도입기를 지나면 가계대출 심사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신용정보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적응하기까지 DSR의 영향력이 당분간은 제한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출심사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현재로썬 알 수 없지만 활용 방식에 따라 DTI 한도 규제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을 많이 가진 기존 대출자들이 대출심사에서 가장 변화를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당국이 가계대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기조 속에서 은행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DSR를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천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급증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융감독당국이 지난달부터 사실상 신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일별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대출 증가세가 빠른 은행은 현장검사를 나갈 예정이다.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다른 금융업권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처를 하고 있다.

또 은행들이 내년도 업무계획을 세울 때 영업확대보다는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두도록 당부한 상태다.

DSR는 참고자료로 활용될 뿐 일정 수치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대출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이지만 은행이 자율적으로 고(高) DSR 차주에게 대출규모 조정을 안내하는 것을 막을 유인은 없다.

한 은행 가계여신 담당자는 "고객들이 자기 전체 빚(원금)이 얼마인지는 잘 알지만 원리금 상환부담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DSR 정보는 이런 고객을 상대로 상환계획을 상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TI 한도는 충족하지만 DSR는 높은 차주에게 신규 대출조정이나 다른 채무 상환을 권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가 대출 한도 규제는 아니지만, 대출상담 직원이 신청자의 연 소득과 원리금 상환부담을 비교해준 뒤 '이렇게 빌리시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상담하는 데 충분히 유용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의래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