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지난 3분기 5% 아래로 떨어졌다. 새 회계기준을 적용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실적 악화의 주원인인 신흥국 경기 부진, 엔저(低), 국내 인건비 상승 등 국내외 악재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업체들이 연구개발(R&D) 투자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수익성 악화로 경쟁 구도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M보다 수익성 악화

24일 현대·기아차와 도요타,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10대 완성차업체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현대·기아차 영업이익률은 4.6%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이 5%를 밑돈 것은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시행 이후 처음이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한때 ‘비효율의 대명사’로 불리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보다 수익성이 나빠졌다.

연간 영업이익률도 계속 내려가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 현대·기아차 영업이익률은 9.5%에 달했지만 2013년 8.5%, 지난해 6.2%로 내려간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5.6%로 떨어졌다.

경쟁사들의 수익성은 양호한 편이다. 도요타 영업이익률은 8.5%에 달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2014, 2015년 2년 연속 10%를 넘었고 올해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독일의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는 10.5%, BMW는 10.1%를 기록했다.

GM의 영업이익률도 6.6%로 작년(3.2%)보다 크게 뛰었다. 금융위기 이후 8년간 임금을 동결하며 체질을 바꾼 결과라는 분석이다. GM은 연간 영업이익률에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현대·기아차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기업인 혼다와 닛산도 각각 7.0%와 6.1%로 현대·기아차를 앞섰다.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겪은 폭스바겐도 지난해 적자를 딛고 올해 3분기까지 5.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R&D 투자 재원 비상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악화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양호한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10월까지 자동차 판매량은 1813만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었다. 유럽은 1274만여대로 6.9% 증가했다. 미국은 역대 최고 판매를 기록한 작년보다 0.2% 감소한 1230만여대다.

현대·기아차도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경쟁 격화로 마케팅 비용이 늘었다. 현대차의 3분기까지 마케팅 비용은 2조39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7% 증가했다. 기아차도 전체 매출에서 판촉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6%에서 4.8%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강점이 있는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경기 부진, 엔화의 상대적 약세, 노동조합 파업에 따른 각종 비용 증가 등 악재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영업이익률 저하로 미래차 경쟁을 대비할 R&D 투자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도요타는 R&D에 2014년 1조50억엔(약 10조5300억원), 2015년 1조560억엔(약 11조600억원)을 쏟아부었고 올해는 1조800억엔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R&D 투자는 지난해 3조3656억원으로 도요타의 3분의 1 수준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36억유로(약 16조9300억원)를 R&D에 지출해 현대·기아차의 다섯 배를 투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