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김광현, 차우찬, 최형우. 사진 엑스포츠 제공
양현종, 김광현, 차우찬, 최형우. 사진 엑스포츠 제공
KBO리그 자유계약(FA) 시장이 한파에 얼어 붙었다. 사상 첫 100억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관측됐지만 눈치보기 형세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스포츠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개장한 FA 시장에선 김재호(두산 베어스)와 나지완(KIA 타이거즈), 이원석(삼성 라이온즈)을 제외한 12명의 선수가 아직까지 둥지를 찾지 못했다. 여러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이른바 '빅5'의 행보다. 김광현(SK 와이번스), 양현종(KIA), 최형우, 차우찬(이상 삼성), 황재균(롯데 자이언츠)은 모두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지난 17일 KBO에 이들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신분조회가 곧 '러브 콜'은 아니다. 하지만 영입 고려 대상이란 의미임은 분명하다.

해외 구단에서 관심을 드러낸 이상 선수들이 국내 구단과의 접촉을 서두를 이유는 없어졌다.
황재균. 사진 엑스포츠 제공
황재균. 사진 엑스포츠 제공
김광현과 황재균은 이미 MLB 도전을 공식화했다. 양현종, 최형우, 차우찬은 일본 구단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LB 진출을 타진하는 선수들의 경우 내달 초 열리는 윈터 미팅 이후에나 성패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30개 구단이 모두 참가하는 윈터 미팅에선 FA 계약과 트레이드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지난해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대호(전 시애틀 매리너스) 모두 윈터 미팅 이후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MLB 구단들이 직장폐쇄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MLB 사무국과 선수협회는 노사협약 갱신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직장폐쇄가 결정될 경우 FA 계약과 트레이드 등 선수 관련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MLB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의 계획은 당연히 무기한 연기된다. 가장 최근 직장폐쇄는 1990년으로 기간은 32일이었다.

국내 구단으로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특히 대형 FA 선수를 배출한 구단은 해당 선수와의 협상이 어떤식으로든 조기 마무리 돼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바뀐 규정 또한 FA 계약 속도를 낮췄다. 올해부터 원소속 구단의 우선협상(일주일)이 없어져 모든 구단이 동시에 선수와 접촉할 수 있게 됐다.

FA 선수들이 원소속 구단 잔류 여부 결정을 서두르지 않을 수 있게 되면서 시장은 당분간 침착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FA 계약 마감은 내년 1월 15일이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