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새누리당 패러독스
새누리당이 쪼개질까. 친박과 비박은 사사건건 갈등이다. 보통 사람이면 진작 갈라섰을 것이다. 어제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탈당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안 쪼개진다는 게 당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왜 그럴까.

새누리당에는 세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고 한다. 온갖 우여곡절에도 단일체를 유지하고 있다. 집단 탈당이 없다. 희한한 당명으로도 집권당이다. 1988년 3당 합당의 민주자유당, 1995년 신한국당, 1997년 한나라당을 거쳐 2012년 새누리당이 됐다. 20여년간 차떼기, 공천파동 등 숱한 위기에도 몸통은 변함이 없다. 당명, 당색 등 포장만 바꾸고 건재하다.

야권이 탈당, 분당 등 이합집산이 빈번했던 데 반해 새누리는 단단한 접착력을 자랑한다. 물론 1995년 현역 9명이 탈당해 자민련을 창당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공천 탈락자들의 탈당이지 현역 의원은 순전히 개별 탈당에 그쳤다. 나갔다가도 당선되면 금세 돌아왔다.

새누리는 ‘새로운 세상(나라)’을 뜻한다. 영어 당명 없이 ‘Saenuri Party’로 썼다. 해외에선 ‘New World Party’로도 썼는데 이는 남미 좌파혁명 정당을 연상시킨다. 일본에선 초기에 ‘신천지당’으로 쓰다 지금은 ‘セヌリ’으로 부른다. 중국에선 ‘신국가당, 신세계당’으로 오락가락 했다. 새누리당은 당명에 정체성을 담지 않고도 집권한 세계 정당사에 드문 사례다. 포장은 보수정당인데 내용은 그때그때 인기영합이다. 새누리당이 건재한 이유가 역설적으로 정강정책이 두루뭉술해서인지도 모른다. 새누리당의 역설이다.

당내 서열도 단순하다. 야권은 민주화 투쟁 서열이라도 있지만 새누리는 다선이면 그만이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호족들이 선수(選數)를 쌓아가며 지역 맹주로 군림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선 두루 널리 인재를 구할 이유가 없다. 그저 줄 잘 서는 해바라기를 공천하면 그만이다. 4·13 총선의 공천 파동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빠르다.

총선을 거듭할수록 당의 지력(知力)이 총체적으로 추락하는 이유다. 보수를 대변한다면서도 보수이념을 바로 세울 이유도, 필요도 없다. 아니 보수가 뭔지 제대로 아는 의원이 몇이나 되는지도 의문이다. 그저 궁지에 몰린 대통령으로부터 자신을 격리해 면책받을 궁리만 하는 각자도생 웰빙족들의 집합소다.

한두 명 탈당했다 해서 무너질 새누리당이 아니다. 500억원에 달한다는 당 자산을 놔두고 나갈 비박도, 앉아서 쫓겨날 친박도 없다. 이 엄동설한에 곁불이나 쬐며 버틸 것이다. 굳세어라 새누리당이여!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