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국내외 채권 금리가 뛰면서 한동안 효자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채권형 펀드 등 채권 관련 상품이 천덕꾸러기가 될 처지에 놓였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5일 현재 국내 채권형 펀드는 최근 1주일간 0.58%의 평가 손실을 냈다.

상품 유형별로는 중장기 채권형 펀드(-1.68%)가 단기 채권형 펀드(-0.02%)보다 더 부진했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1.15%의 손실을 냈다.

특히 글로벌이머징, 브라질, 아시아 등 주식형 펀드는 1주일간 2% 내외의 평가 손실을 봤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지난달부터 자금이탈 움직임이 나타나 최근 한 달간 1조1천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처럼 채권형 펀드시장의 분위기가 냉랭해진 것은 트럼프의 당선 이후 시중 금리가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미 대선 이후 연 2%대로 뛰었고 국내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지난 9일 이후 41bp(1bp=0.01%포인트) 급등했다.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공약으로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망이 확산나오면서 시장 금리를 자극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미국의 명목 성장률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장기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탠트럼(발작)'에서는 2013년 5월의 '테이퍼 탠트럼'보다 높은 금리 상승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테이퍼 탠트럼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상황을 지칭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가 다른 나라 금리보다 단기 급등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한 것도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지지선인 연 2.20∼2.30%를 뚫고 오르면 이론적으로는 연 2.50%가 다음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적 지지선에도 내년에 금리가 더 오르는 방향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상품의 투자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WM사업부 연구원은 "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는 채권 위험이 커져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