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도 TPP 성사안되면 中 반사이익…"무역중심 공백 차지할 것"

도널드 트럼프 체제의 등장으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공언한대로 RCEP의 연내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11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TPP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며 중국이 추진하는 RCEP이 반사이익을 얻고 진행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RCEP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TPP에 맞서 추진한 자유무역협정으로 현재 한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TPP에 공을 들여온 일본이 RCEP 타결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중국과 함께 TPP에서 빠져있는 한국도 그동안 RCEP 추진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

미국내에서는 TPP 무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백악관의 경제고문위원회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미국 의회가 TPP를 비준하지 않으면 RCEP이 TPP의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보고서는 일본 등 7개국이 TPP와 RCEP에 동시 가입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미국이 TPP를 잃게 되면 TPP가 가져올 직접적 경제효익을 잃을 뿐만 아니라 무역 중심의 전이로 엄청난 경제손실을 입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하면 TPP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TPP 추진 재검토 발언으로 미국에 의한 TPP 폐기는 기정사실로 된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RCEP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4일 필리핀에서 RCEP 고위급 실무회의가 개최된 것을 비롯해 지난 5개월동안 RCEP 참여 국가들은 모두 3차례의 협상을 벌였다.

만나는 빈도가 잦아지며 연내 참여국 정상들의 바람대로 RCEP 협상이 연내 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은 실무팀에게 협상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하며 일괄 타결 방식으로 신속히 협상을 진행, 현대적이고 전면적이며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 협정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17∼21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RCEP 15차 공식협상에서 경제기술 협력 부문에서 대체적 합의를 마친 상태다.

다만 상품·서비스 무역의 개방과 관련해 일본과 인도 등이 관세 인하, 협정 범위 수준을 놓고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총인구 30억명에 경제규모 20조 달러의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하게 되는 RCEP은 발효시 최대 인구 및 지역 범위, 최다 참여국, 최강 활력을 가진 자유무역협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젠핑(張建平) 중국 상무부 연구원 학술위원회 부주임은 이런 점을 들어 "RCEP이 올해말 초안을 마련하면 앞으로 역내 경제통합과 세계 경제무역에 대해 상당히 중요한 진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11월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일본, 한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가 정식으로 협상 개시를 선언한 RCEP의 당초 추진 일정은 2015년말까지 최종 협정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TPP가 부상되며 일정이 늦춰진 끝에 지난해 11월 RCEP 참여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2016년말까지 협상을 타결짓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한 상태다.

쉬리핑(許利平) 중국 사회과학원 동남아여구센터 주임은 "RCEP 참여국의 발전수준의 차가 비교적 크고 기존 자유무역협정과 RCEP간 관계를 조율해야 해 협상에 여러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쉬 주임은 그러면서 "현재 협상타결의 가능성과 필요성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각 참여국이 더 많은 지혜와 상호 신뢰의 태도를 갖고 신축적인 협상책으로 연내 초안 마련에 진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