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무역협정이라고 찬성했지만 최악의 협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달 20일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이같이 말하며 클린턴 후보를 몰아세웠다. 트럼프는 TPP에 대해 “중국에만 도움이 될 최악의 협정”이라며 미국 의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TPP 철회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추진해온 TPP 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 통상 전문가는 “TPP는 미국 오바마 정부와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의기투합해 추진해온 것이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미·일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TPP 방향이 달라지는 차원이 아니라 전면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TPP 외에 이미 체결돼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이라고 하는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거의 모든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해왔다. 전체 미국인의 절반이 넘는 52%가 FTA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미국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보여주듯이, 미국 저소득 근로자 사이에서 일고 있는 반(反)세계화의 무역 배척론을 반영한 것이 주요 선거 전략이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 자유무역협정 외에도 취임 직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産) 수입품에 징벌적 상계관세 45%를 부과하겠다고 수차례 밝힐 만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기조가 강경했다.

이에 따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에 따라 대선 이후 대미 통상환경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현안별로 미국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와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올해 4월 기준으로 교역액이 1조1539억8000만달러로 전 세계 교역액의 11.2%를 차지하는 교역 1위 국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