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 '밀가루캡슐'과 효과 같고 부작용은 많아

청소년 편두통 치료에 많이 쓰이는 약들이 '가짜약'(placebo) 보다 못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0일 메디컬익스프레스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신시내티아동병원 두통센터 스콧 파워스 박사팀은 아미트립틸린, 토피르아메이트 성분 약의 치료 효과가 '밀가루약'과 같고 오히려 부작용은 많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우울증과 간질 치료제인 이 두 약은 편두통 예방과 치료에도 흔히 1차로 쓰는 약물들에 포함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2014년 청소년 만성 편두통 치료 용도로 승인해줬다.

파워스 박사 팀은 미국 31개 지역 8~17세 편두통 환자 328명을 3그룹으로 나눠 아미트립틸린, 토피르아메이트, 가짜약을 24주 동안 복용케 했다.

그 결과 3가지 약물 사이에 사실상 차이가 없고, 실질적으로 가짜약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편두통 증상이 나타나는 날이 실험 전보다 50% 이상 줄어든 경우가 가짜약 복용자는 61%인 반면 두약물 복용자는 각각 52%와 55%에 불과했다.

게다가 두 약을 복용한 20~30% 환자에게서 피로감, 구강건조증, 팔다리 따끔거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심지어 몇 명은 자해나 자살 충동감을 느꼈으며, 실제 시도를 하고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결과가 너무 명백해 더 큰 규모로 추가 시험할 필요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파원스 박사는 가짜약과 효과는 같은데도 부작용을 무릅쓰고 이런 약을 청소년 편두통 치료에 쓸 이유가 없다며 FDA나 의사들이 기존 방침과 관행을 재검토하기를 기대했다.

이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은 이 약들을 포기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시카고 로욜라 대학교 스트리치의대 신경학과 유진 슈니츨러 교수는“환자들에게 이 약들이 가짜약보다 효과 없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성인에게는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과 관련해선 신빙성 있는 증거가 적다고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신경학회의 데이비드 글로스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전반적으로 이 약들이 어린이에게 효과가 없음을 보여줄지라도 모든 사람에게 듣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스 박사 등은 소아 편두통에 대한 신경학회 지침을 개정하고 비(非)약물적 치료법에 대해 평가도 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약물 외에 인지행동적 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 지원을 받은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http://www.nejm.org/doi/full/10.1056/NEJMoa1610384] 온라인판에 27일(현지시간)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