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아프리카에 5년내 50개점포 목표…관민펀드가 배후지원

일본의 대중적인 외식체인들이 일본정부가 주도하는 관민펀드의 지원을 받으며 불모지였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내년부터 진출한다.

해외 사회기반시설 사업 진출 때 '민간기업이 앞서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일본식 사업모델이 외식업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해외로 나간 일본음식은 스시(초밥) 등 고급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에는 다코야키와 라멘 같은 패스트푸드 감각의 메뉴가 주류를 이루면서 부유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대표적 한식메뉴인 불고기를 일본화한 야키니쿠(燒肉) 전문체인도 진출한다.

28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유명 외식체인 가운데 다코야키 체인 쓰키지긴다코, 야키니쿠 체인 규가쿠(牛角), 돈코스라멘 체인 이케부쿠로돈친 등이 중동에 진출한다.

아랍에미리트(UAE) 투자회사 시퍼(Cipher) 산하의 시퍼닛폰이 쓰키지긴다코, 규가쿠, 이케부쿠로돈친을 각각 운영하는 회사인 핫랜드, 레인즈인터내셔널, 후덱스홀딩스와 계약을 체결해 출점한다.

시퍼닛폰은 중동지역에 일본음식을 보급하기 위해 만든 회사이며, 여기에는 일본 정부가 80% 가량의 지분율로 2013년 11월 만든 쿨재팬기구가 3억엔(약 32억원)을 출자했다.

따라서 이번 외식 체인의 진출에는 일본정부의 배후 지원이 있었던 셈이다.

시퍼닛폰은 내년 1월 쓰키지긴다코 중동 1호점을 열어 다코야키 판매에 들어가고 이후에는야키니쿠 및 라멘을 파는 점포도 차례로 출점한다.

우동, 튀김, 카레 전문점도 검토 중이다.

중동은 물론 북아프리카 전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슬람교도가 많은 현지 문화도 고려하면서 향후 5년간 6개 브랜드, 50개 점포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라멘은 이슬람교도가 먹을 수 없는 돼지뼈 국물이 아닌 닭 수프를 사용하는 등 현지 문화에 맞춰 개량하게 된다.

아울러 야키니쿠 소개를 통해 와규(和牛) 등 일본산 식품재료 수출 촉진으로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이슬람교도가 많은 중동에서 음식업을 하려면 식품재료에 따라서는 이슬람 율법에 근거해 가공·조리한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그간 중동에서는 맥도날드 등 세계적인 패스트 푸드가 인기를 끌었지만 일본 외식체인에 의한 분점 실적은 아직 없다.

그런데 햄버거와 같은 가격대로 야키니쿠 등을 제공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한편 시퍼닛폰에 출자한 쿨재팬기구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관민펀드이다.

해외수요 개척을 위해 덴쓰, 미즈호은행, 다카시마야 등 23개 민간기업과 정부가 523억엔(민간지분 107억엔)을 출자해 출범시켰다.

존속기간을 20년으로 예정한 쿨재팬기구는 지금까지 ▲ 미디어·콘텐츠 ▲ 라이프 스타일 ▲ 외국인관광객 ▲ 음식·서비스 등 4개 분야 18건에 395억엔의 투자를 결정했다.

올해 들어서는 7월 복수의 나가사키현 기업이 미 캘리포니아주에 개점한 '일본차 카페' 운영사업(약 5억2천만엔 규모)에 2억엔가량을 출자하는 등 최근에는 식품분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산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거나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산업혁신기구(INCJ),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 등 정부가 주도하는 관민펀드들이 활동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