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약품 "용역 비용 처리 과정에서 이견 있었으나 타협"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국내 상위 제약사인 H약품과 용역업무 비용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한 전 총장은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최순실 씨를 재단의 '진짜 실세'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후 재단과 최 씨에 대해 폭로전을 이어오다 최근에는 언론과의 연락을 중단하고 있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성한 전 총장은 3년 전쯤인 2013년께 H약품의 마케팅 용역을 맡아 수행하고 수십억원을 요구해 마찰을 빚었다.

그는 H약품의 고객관리 및 마케팅, 심포지엄 개최 등의 업무를 해주었다.

H약품 관계자는 "당시 직원 3~4명을 데리고 약 3년 정도 일한 뒤 용역비를 달라고 했는데 업무에 비해서는 과도하게 돈을 요구해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적정한 액수에 타협했다"면서 "정확한 액수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TV는 미르재단에서 제공한 문건을 인용해 이성한 전 총장이 미르재단에 대해 폭로하기 전인 지난 8월 초 H약품에 민감한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약 30억5천만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총장이 요구한 수십억원은 H약품이 2013년 강원도의 한 리조트로 의사와 약사를 불러 개최한 홍보 행사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행사 대행을 맡은 이 전 사무총장은 H약품이 의사 수만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을 용역비 협상에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재단 관계자는 연합뉴스TV에 이 전 사무총장이 미르재단 업무를 맡기 전에 광고대행사 대표로 활동했고,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H약품은 이에 대해 "제약사는 이미 의사와 약사 등 고객의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데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다는 등의 의혹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사무총장이 H약품에 거액을 요구한 협상에 실패한 후 미르재단 의혹을 폭로하는 등 시점이 맞물리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H약품 관계자는 "이 전 사무총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약 3년 동안 용역을 맡아 수행했으며 지난 8월 용역업무 최종 정산을 위해 방문했을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