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희진 기자 ] "바꾼 것은 확실히 바꿨다."

21일 국내에 상륙한 애플의 '아이폰7' 시리즈를 직접 써보며 든 생각이었다.

지난달 7일 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아이폰7 시리즈를 공개했을 때만해도 기자를 포함한 많은 소비자들은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나?"

국내에서 처음 만난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줬다. 묵직하고 차분한 느낌의 블랙 보디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잘 봐, 나 뭐 바뀐 것 없어?"

있다. 한 눈에 봐도 겉모습부터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에 없던 새로운 색상이 추가됐다.

아이폰7 시리즈가 '블랙'을 전면에 내세운 건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전작인 아이폰6S에선 '로즈골드'로 여성은 물론 남성의 마음까지 분홍빛으로 물들이더니 이번엔 시크한 블랙으로 남녀 소비자 모두를 홀리고 있다.

21일 서울 강남 SK텔레콤 직영점에서 '아이폰7 플러스'를 체험해봤다.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21일 서울 강남 SK텔레콤 직영점에서 '아이폰7 플러스'를 체험해봤다.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블랙도 서로 다른 매력의 두 가지 색상이 있다. 유리처럼 반짝이는 '제트블랙'과 무광의 '매트블랙'이다. 둘 중 기대가 더 컸던 제트블랙은 실제로 만져보니 너무 쉽게 지문이 묻어나 아쉽다.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는 베트블랙, 매트블랙, 실버, 골드, 로즈골드 등 5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외관상 달라진 점은 또 있다. 기기 하단에 이어폰을 꽂을 수 있던 구멍이 사라졌다. 무선 이어폰은 블루투스로 연결해 쓸 수 있지만, 유선 이어폰은 기본 제공되는 젠더를 연결해 충전기 구멍에 꽂아 쓰면 된다. 애플은 아이폰7 시리즈와 함께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선보였는데 국내 출시일은 미정이다.

애플은 이어폰 연결구멍를 없앤 대신 스피커 기능을 강화했다.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는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스테레오 스피커를 탑재했다.

기존 하단 스피커에 수화기 부분까지 스피커 기능을 하면서 소리가 더 크고 풍부하다. 기기를 가로로 눕혀 동영상을 재생해보니 양쪽에서 소리가 나와 콘텐츠 몰입도가 높다. 스피커가 두 개로 늘어난 만큼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셔터 소리도 더 크다.

개인적으로 이어폰 단자가 사라지고 스피커가 강화 된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부분이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잘 쓰지 않는 기자에게 젠더를 휴대하며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건 꽤 번거로운 일이다. 충전을 하면서 유선 이어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점도 그렇다.

감압 터치 방식을 적용한 홈버튼도 특징이다. 평평한 홈버튼에 손가락을 갖다대면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는데 이게 마치 버튼을 '딸각' 누른 듯한 느낌을 준다. 홈버튼 작동 방식의 차이가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크게 좌우하진 않지만 버튼이 사라지면서 확실히 외관상 더 깔끔한 느낌을 준다.
서울 강남 SK텔레콤 직영점에 마련된 '아이폰7' 체험존.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서울 강남 SK텔레콤 직영점에 마련된 '아이폰7' 체험존. /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아이폰7 플러스만 달라진 점도 있다. '두 개의 눈' 듀얼 카메라다. 아이폰7 플러스는 뒷면에 광각 카메라와 망원 카메라 두 개를 장착했다. 빛을 받아들이는 렌즈가 두 개인 만큼 보다 밝고 선명한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듀얼 카메라는 광학 줌을 2배까지, 디지털 줌을 10배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체감상 카메라 기능이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다.

이 외에도 아이폰 시리즈 최초로 도입한 방수·방진 기능과 늘어난 배터리 사용시간은 아이폰7 시리즈의 완성도를 한 층 높여준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7은 아이폰6S 보다 최대 2시간, 아이폰7 플러스는 아이폰6S 플러스보다 최대 1시간 더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다.

짧은 체험이었지만 아이폰7은 최근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혼란에 빠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분히 눈여겨볼 만한 제품이다. 놀랄만한 '와우(Wow)' 포인트는 없지만 구석구석 작은 변화들이 모여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아이폰 특유의 감성을 살린 두 가지 블랙 모델이 "갖고 싶다"는 직관적 매력을 갖는 건 분명하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영상=김광순 한경닷컴 PD gasi0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