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 2, 3차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이긴 데다 선거인단도 당선에 필요한 270석 넘게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자 차기 클린턴 정부 입각 예상자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해지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 국무장관, 국방장관 자리에 여성 기용설이 나돌고 재무장관 후보에는 10명 가까운 이름이 오르내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차기 클린턴 정부의 인사 원칙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내각의 여성 비중이 최소 50%가 돼야 하고,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계승할 인물이어야 하며, 클린턴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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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3’에 여성 기용 가능성

우선 ‘빅3’로 불리는 백악관 비서실장과 국무장관, 국방장관 후보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거론되는 1순위 후보는 모두 여성이다. 백악관 비서실장에는 셰릴 밀스 전 국무장관 비서실장(51)을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밀스 전 실장은 199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르윈스키 스캔들로 위기에 몰렸을 때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클린턴과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년 가까이 클린턴을 밀착 보좌해온 최측근이다. 밀스는 클린턴 선거캠프에서 부통령 후보를 선정하는 작업에도 관여했다. 미국 언론은 “클린턴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측근”이라고 밀스를 평가했다.

국무장관에는 ‘이란 핵협정’ 타결을 이끈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다만 공화당이 이란 핵 협상 내용에 불만을 품어 그는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안으로는 빌 번스 카네기국제평화연구원장(전 국무부 부장관)과 스트로브 탤보트 브루킹스연구소 소장(전 국무부 부장관) 등이 거론된다. 국방장관에는 미셸 플로노이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의 기용이 유력하다. 플로노이 전 차관은 안보분야 싱크탱크인 신(新)미국안보센터(CNAS)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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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관 후보 10명 난립

차기 클린턴 정부에서 성장과 소득 재분배, 환율정책 등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갈 재무장관에는 10명 가까운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민간에선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영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008년 페이스북으로 영입된 샌드버그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클린턴의 주요 지지자이자 후원자 중 한 명이다.

관료 출신 인사 중에서는 캠프 내에서 경제공약을 최종 손질한 진 스펄링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라엘 브레이너드 미 중앙은행(Fed) 이사, 게리 랜슬러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데이비드 립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등이 물망에 올랐다.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재무장관직을 맡겨 소득 재분배와 월가 개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자리 프로젝트는 남편에게?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역할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클린턴 후보는 지난 5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어떻게 나라 경제를 살릴지, 예컨대 탄광도시와 도심지구 등을 어떻게 다시 부흥시켜야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안다”며 “그의 자산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취임 100일 안에 일자리 1000만개를 창출하는 프로젝트를 여야 정치권과 합의해 가동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미 언론은 이 프로젝트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존 포데스타 캠프 선거위원장은 에너지부 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