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간판 화장품 브랜드들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숍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가 올해 처음으로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을 역전한 가운데, 한방 화장품 브랜드에서 LG생활건강의 '후'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38.4% 성장한 4천2억원을 기록하며 3천308억원에 그친 더페이스샵을 제쳤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전체 매출도 이니스프리가 더페이스샵을 역전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지난해에는 더페이스샵이 매출 6천291억원, 이니스프리 매출이 5천921억원으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나 순위가 바뀐 것이다.

2010년 이후 줄곧 브랜드숍 1위였던 더페이스샵은 이니스프리에 선두 자리를 내주게 됐다.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브랜드숍 순위 5위에 불과했던 이니스프리가 급성장한 배경은 청정한 제주의 이미지를 내세운 전략이 중국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페이스샵은 중국 매장 구조조정과 온라인 사업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임으로써 이니스프리와의 격차를 줄여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니스프리의 더페이스샵 역전은 지난해부터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이니스프리의 매출 증가 추이를 볼 때 당분간은 뒤바뀐 현재 순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와 후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후는 각각 1조원, 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자체는 2천억원가량 차이 나지만 설화수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5%에 그친 반면, 후는 88%로 후의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소공점, 호텔신라 서울점 등 주요 면세점에서는 후가 설화수를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후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4% 증가한 6천67억원을 기록, 올해 전체 매출이 1조원을 거뜬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화수는 상반기 매출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올해 연매출 1조6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1∼2년 이내에 후가 설화수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설화수가 연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후, 이니스프리 등 1조원을 바라보는 브랜드들이 추가로 생겨나고 있다"며 "해외 시장의 동향을 얼마나 빨리 파악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느냐가 브랜드 순위 결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