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이 일반인들의 최대 1.2배까지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박준범 경희대 KPRG연구위원과 성주호 경희대 교수가 '보험금융연구'에 발표한 '고령 연금수급자 소득대체율에 대한 재고찰' 논문에 따르면 고령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은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평균 1.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고령자들이 체감하는 상승률은 1.2배로 더 가파르게 올랐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기초연금이나 특수직연금(공무원·사학·군인연금)에서 수급자의 실질 구매력을 보장하고자 소비자물가지수를 사용해 연금 지급액을 매년 조정토록 법제화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국민이 노후에 받을 연금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 이를 보전해 주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대표 품목이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매기고, 이어 실제 판매가격과 개별 가격 변동을 종합해 산출한다.

이렇게 소비자물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산정했다는 점에서,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고령층의 체감 물가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국민 평균 소비지출액에서 의료비 지출 규모와 통신비 지출 규모가 같다고 가정하면, 의료비가 상승하고 통신비가 내린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변화가 없지만 의료비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고령층의 체감 물가는 상승하게 된다.

이에 따라 박 위원은 국내 60세 이상 고령 소비자를 대상으로 가계동향조사 소비지출 항목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소비자물가지수에 연결되는 항목의 가중치를 새로 부여했다.

그 결과 고령자 가구는 전체 소비자에 비해 식료품·비주류 음료 부문, 주택·수도·전기·연료 부문, 보건 부문의 가중치가 높고 교육 부문, 음식·숙박 부문의 가중치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 고령자의 경우에는 가중치가 높은 부문이 고령층 평균보다 더 큰 폭으로 높은 가중치를 나타냈고 교통 부문, 음식·숙박 부문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교육 부문은 거의 '0'에 가까운 비중을 보였다.

이렇게 산정한 고령소비자물가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와 비교해본 결과, 물가 상승 폭은 '저소득 고령자 > 고령자 전체 > 고소득 고령자 > 전체 소비자'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고령자의 체감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상승 폭을 따져보면 고령소비자물가지수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연평균 0.29%포인트 높았고, 저소득 고령소비자물가지수는 0.46%포인트 높았다.

박 위원은 "0.29%포인트와 0.46%포인트는 연평균 물가상승률 2.08%에 대비해 1.14배, 1.2배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국내 고령층의 체감 물가는 미국 고령층의 체감 물가보다 더 높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령소비자물가지수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적용한 결과, 고령층의 실질구매력도 남성은 4.8%포인트, 여성은 5.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고령층이 주요 수급 대상인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살펴보면, 저소득 고령층의 실질구매력은 남성이 7.0%포인트, 여성이 8.0%포인트 낮아지게 된다.

박 위원은 "특히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는 연금수급액 상한선이 2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실질구매력이 7∼8%포인트 저평가되면 삶을 영위하기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공적연금 지급액에 있어 고령자의 소득계층별 체감 물가지수를 새로 산출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적연금에서도 세제적격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지급 방식이 매우 경직돼 있으므로, 실질 구매력의 관점에서 물가 변동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