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엔 영향 없어…서씨 모녀 '배려' 차원" 해석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가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보다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더 많이 가진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의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서 씨와 딸 신유미(33)씨는 각 개인 지분과 모녀 소유회사(경유물산) 지분을 더해 6.8%의 롯데홀딩스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지분은 당초 신 총괄회장의 것이었으나,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1997년 이후 모녀에게 양도, 편법 상속을 통해 지분을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재 서씨 모녀 지분(6.8%)은 신 총괄회장(0.4%) 뿐 아니라 신동주 전 홀딩스 부회장(1.6%), 신동빈 롯데 회장(1.4%) 보다도 많다.

이처럼 서 씨 모녀 지분이 롯데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롯데홀딩스의 특수한 지분 구조상 현재 6%의 지분은 경영권을 좌우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롯데 안팎의 분석이다.

일반 주식회사와 달리 롯데홀딩스 주식의 의결권은 한 주 한 주 각 주식마다 잘게 나뉘어 있는 게 아니다.

과장 이상 직원 130명으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27.8%), 미도리상사·그린서비스 등 홀딩스 관계사 협의체 공영회(13.9%), 홀딩스 임원 그룹인 임원지주회(6%) 등 주요 주주군(群)이 각 대표를 두고 대표 1명이 구성원의 뜻을 모아 주총에서 표를 던지는 방식이다.

더구나 홀딩스 임원들이 직원을 포함한 전체 홀딩스를 이끌고, 다시 이 홀딩스가 관계사들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3개 주요 주주군은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결국 홀딩스 이사진 등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장악한 인물이 거의 절반에 이르는 47.8%의 홀딩스 지분을 독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홀딩스와 상호 출자 관계라 의결권이 없는 주요 주주, 투자회사 LSI(롯데스트레티지인베스트먼트, 10.7%) 등의 지분을 빼고 의결권 주식 지분만 따져보면 3개 주요 주주군의 의결권 지분은 실제로 반을 훌쩍 넘는다.

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신 씨 가족기업 광윤사(고준샤·光潤社)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장악했음에도 작년과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신동빈 회장이 홀딩스 주총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독특한 지분 구조와 의결권 행사 방식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해 총수 자리에 오른 것도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서미경 모녀의 6%가 신동주 쪽으로 간다고 해도 경영권 유지에 지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재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서미경발 롯데 경영권 변화' 가능성보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오너 일가 가운데 서 씨 모녀에게 가장 많은 홀딩스 지분을 넘긴 배경이다.

정신건강 문제로 8월 말 후견인(법정대리인)까지 지정받은 신 총괄회장이 직접 정확한 의도를 밝히지 않는 한 모두 추정일 뿐이지만, 재계는 대체로 신 총괄회장이 서 씨 모녀의 영향력과 재산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일종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최종적으로 후계자를 결정한 경우, 그 사실을 공인하는 상징적 의미로 자신의 홀딩스 지분을 두 아들 중 한 명에게 넘겨 주면 다른 종업원지주회나 임원지주회 등도 자연스럽게 해당 후계자를 지지하는 방식을 염두에 뒀을 수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직접 자신의 지분을 낙점한 아들에게 넘기는 게 아니라, 서 씨 모녀에게 맡겨뒀다가 후계 구도가 확정된 순간에 해당 아들이 서 씨 모녀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는 형식을 취하면 모녀는 신 총괄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중요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인정받고 지분 양도로 경제적 이익도 보장받을 것으로 기대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두번째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가 광윤사 지분을 갖고 있는 것처럼, 서 씨에게도 그룹 핵심 기업의 지분이 있어야 신 총괄회장 자신의 퇴임 시점까지 서 씨가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은 것 같다"며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현재로써는 서 씨 지분의 향배에 다른 홀딩스 주주들이 따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