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죄 중대해 엄벌 필요"…브로커 "정운호 진술 뿐"
"겪은 일 정리한 일기 '서초동 별곡' 있다"며 무죄 주장

군대 내 매장(PX)에 화장품을 납품하게 해 준다며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된 브로커 한모(58)씨의 1심 선고가 이달 27일 내려진다.

한씨는 훗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억울한 사연과 그간 일어난 일을 담아 구치소에서 써내려간 일기 '서초동 별곡'이 9권에 달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씨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미 제시한 증거에 의해 한씨가 충분히 유죄라 판단된다"며 "범죄가 중대한 점, 법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비춰봤을 때 엄벌에 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사 중인 사건과 연관돼 있어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 서면으로 제출하겠다"며 법정에서 구형량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씨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의 증거는 결국 정 전 대표의 진술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2011년 추석 전 한씨에게 화장품 납품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5천만원을 건네고 추석 직후 한씨와 함께 국군복지단을 찾아가 복지단장을 만났다고 주장해왔다.

한씨는 "정 전 대표가 나와 함께 국군복지단을 방문했다고 주장한 시기는 복지단장이 퇴임을 한 달 앞둔 시점"이라며 "이같은 시기에 중요한 사안을 청탁하러 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후진술 도중 "이번 사건으로 수사를 받으며 50차례 이상 검찰에 출정한 것은 말로 하기 힘든 긴 고통의 터널이었다"며 흐느꼈다.

이어 "고통과 역경 속에서 훗날 진실을 밝히려면 매일 일어난 일을 기록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 '서초동 별곡'이라는 제목으로 쓴 일기가 이미 9권"이라며 "이번 일로 인한 피해를 모두 복구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한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씨의 진술조서 일부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한씨가 검찰에 도착한 시점부터 진술을 시작할 때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데 조서나 수사 과정 확인서에 그 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4에 따르면 검찰은 피의자가 조사 장소에 도착하고 조사를 시작·종료한 시각은 물론 조사과정의 진행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신문조서에 기록하거나 별도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