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비타민 경제] 전기료 누진제가 출산율 낮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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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의 비타민 경제] 전기료 누진제가 출산율 낮춘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610/AA.12639310.1.jpg)
이런 가설을 통계로 확인하려고 1994년 사상 최고의 폭염 이후 9개월(임신기간) 뒤인 1995년 4~5월 출생아 수를 찾아봤다. 아뿔싸! 1990년대엔 월별 출산통계가 없다는 게 통계청의 답변이다. 대신 연도별 출생아 수로 비교해보자. 1993년 71만5826명에서 1994년 72만1185명으로 늘었다. 1993년은 열대야가 전혀 없던 해다. 하지만 1994년 폭염 이후 1995년엔 71만5020명으로 6165명 줄었다.
![[오형규의 비타민 경제] 전기료 누진제가 출산율 낮춘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610/AA.12639309.1.jpg)
그런데 미국에서 기온과 출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앨런 버레카 툴레인대 교수 등 3명의 경제학자가 1931~2010년의 온도 변화와 섹스 빈도를 분석한 논문을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화씨 80도(약 26.7도) 이상 무더운 날로부터 약 9개월 뒤 미국 내 출생아 수는 하루평균 1165명 감소(출산율 0.4% 하락)했다. 그 뒤에 출산율이 다시 올랐지만 무더위로 인한 감소폭의 32%만 회복됐다. 특기할 점은 에어컨이 보급된 1970년대 이후엔 그 상관관계가 3분의 1로 뚝 떨어진 것이다. 반면 추위는 상관이 없었다.
한국은 2010년대 들어 열대야가 잦다. 전년 여름 무더위 때 임신된 4~5월 출생아 수를 보면 2012년 약 8만명에서 2013년 7만2300명, 2014년 7만3300명으로 떨어졌다. 임신 시점과 비교하면 2011년은 열대야가 단 4일인 반면 2012년은 20일(역대 4위), 2013년은 23일(역대 3위)이나 됐다. 2014년 여름은 열대야가 6일에 그쳐서인지 작년 4~5월 출생아 수가 7만4600명으로 다소 늘었다.
무더위와 출산율이 무관하진 않은 듯하다. 그렇다면 전기료의 징벌적 누진제를 완화해주는 게 바닥을 기는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지 않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