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연구원, '고령사회 일·돌봄 양립 실태 및 법과 제도' 콘퍼런스

노환이 있는 부모 등을 돌보며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돌봄휴직제도가 법에 규정돼 있지만, 실제 이용되는 빈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여성정책연구원이 2013년 이후 가족을 돌보기 위한 목적으로 1일 이상 휴가나 휴직을 사용하거나 직장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 만 40~54세의 남녀 임금근로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족을 돌보느라 휴가를 쓴 경우가 686명, 퇴직한 경우가 267명, 휴직한 경우가 83명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자 중 가족돌봄휴직제도를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37.7%나 됐다.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된 가족돌봄휴직제도는 근로자 가족(부모·배우자·자녀·배우자의 부모)의 질병, 사고, 노령으로 돌봄이 필요한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최장 90일까지 휴직을 부여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휴직 기간의 급여에 관한 규정은 없고, 고용보험도 지원되지 않는다.

가족을 돌보느라 퇴직했다는 응답자의 경우 돌본 대상은 부모(39.3%), 자녀(32.3%), 배우자(18.4%), 배우자의 부모(10.1%) 순이었다.

퇴직 당시 휴가나 휴직을 쓸 수 있었거나 일과 돌봄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주의 조치가 있었다면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이 68.9%에 달했다.

휴직한 경우에는 가족돌봄휴직이나 공무원 가사휴직 등 특별히 보장된 휴직제도를 사용한 비율이 50.5%였고 나머지는 다른 휴직을 이용했다.

휴직 경험자의 50.6%가 근속 기간이 깎이거나 근무평정 하락, 승진 탈락, 퇴사 강요 등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

박선영·김정혜 연구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령사회 일·돌봄 양립 실태 및 법과 제도' 콘퍼런스에서 "가족돌봄휴직제도는 휴직 기간 급여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근로자가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며 "가족돌봄휴직 허용을 사업주에게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고용보험에서 재원을 부담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휴직 기간이 1회당 30일 이상, 연간 최장 90일이라는 규정 때문에 30일보다 짧은 기간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 휴가를 쓰거나 돌봄 기간이 긴 경우에는 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향후 일정 기간을 유급으로 하고 추가 기간을 연장할 경우 지급 비율을 낮추거나 무급 휴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