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014년 기준으로 살인 범죄가 372건 발생했으니 거의 하루에 한 건꼴로 살인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98%에 가까운 범인 검거율을 보이고 있고, 발생 비율도 외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데다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살인이 발생할까? 동기는 다양하다. 생활비나 유흥비를 마련할 생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은폐할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모욕이나 피해를 당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근래에는 사회구조가 개인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각박한 사회로 변하자, 마음의 여유를 갖거나 분노를 다스리는 데 미흡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증가했다. 정신장애나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불특정 상대방을 상대로 범행을 기도하는 경우까지 발생해 일반 시민의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살인은 안타깝게도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나 친족에 의한 살인이 전체 살인사건의 3분의 1가량 되고, 친구나 애인 그 밖의 지인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 또한 3분의 1가량 되니, 전체 살인범죄의 3분의 2가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는 어려울 때 서로 돕고 힘들 때 위로를 건네야 함에도, 때로는 가까운 사람이 고통의 원천이고 불만의 대상인 탓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다른 재판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는 인간에 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의 정체를 실감하게 된다. 생각할 수도 없는 끔찍한 방법으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사람의 선한 본성과 의지에 대한 믿음에 의문이 생긴다. 무엇보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범인 가까이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피해자를 보면 인간 운명의 종잡을 수 없음을 느끼고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반문하게 된다.
8월 말의 태양빛이 여전히 뜨겁다.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처럼 방아쇠를 당기는 또 다른 뫼르소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 기본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우리 모두가 꿈꾸는 공동체의 첫 번째 조건이니까.
이태종 < 서울서부지방법원장 kasil6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