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개월여 만에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해온 외국인 매수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7월1일 이후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9천67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런 외국인 매수세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약화되면서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한 것도 외국인의 자금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그간 지지선으로 통하던 1,100원선 아래로 내려오면서 외국인 매수세의 지속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통상 환율 하락이 외국인에 환차익을 가져다주는 만큼 외국인 매수세를 더 자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장세의 연장 국면에서 선진국 증시 대비 신흥국 증시의 상대 수익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 지연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달러화 가치의 변동성이 제한되고 있어 외국인의 탄력적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특히 S&P의 신용등급 상향은 외국인 투자 흐름에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고, 원화의 추가 강세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경우 조만간 '바닥'을 치고 반등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게다가 환율 하락은 자동차주 등 대형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더 심화된 글로벌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수익률 사냥(Yield Hunting)' 때문"이라며 "단기간 신흥시장의 주가 상승폭이 크고 자금 유입이 많아 쏠림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을 하회한 이상 외국인 매수가 잦아들 수밖에 없다"며 "추가 하락할 경우 수출주에 대한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들의 러브콜이 집중된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세가 둔화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 실적 발표 후 순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매수 강도는 점차 약해지고 있다"며 "이는 추가 매수 모멘텀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