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사이버간첩행위인지, 대선개입 의도인지는 불분명"

미국 정보기관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 해킹, 유출 사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미 정보기관들이 DNC 이메일 해킹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최근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은 DNC가 민간 사이버보안업체인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 처음 조사를 의뢰한 지난 4월부터 수사를 진행해왔으며, 최근 정부 고위 관리들의 주례 사이버정보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예비 결론에 대해 논의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여름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에 이어 러시아 군정보국(GRU)이 DNC 네트워크에 침입했다고 밝혔다.

수사관들은 DNC 이메일 유출에는 GRU가 더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 정보기관들도 이번 해킹이 일상적인 사이버 간첩활동의 하나로 이뤄졌는지, 아니면 미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행해졌는지 등 정확한 의도는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호감'을 보이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돕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보기관들은 적어도 초기에는 러시아가 미 대선을 흔들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에는 의문을 품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해킹이 시작된 시점이 지난해 6월 트럼프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직후라는 점에서 그렇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의 본선행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한 고위 관리는 이번 해킹이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창피를 주기 위한 것이었을 수는 있지만, 트럼프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을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방수사국(FBI)이 DNC 해킹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전문가들이 이번 해킹에 러시아를 지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우리 정부 시스템뿐만 아니라 민간 시스템도 해킹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출 동기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반복적으로 칭찬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도우려 한다는 것이냐"고 묻자 "트럼프 자신이 한 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러시아 언론이 트럼프에 대해 꽤 우호적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이어 가자 오바마 대통령은 "무엇이든 가능하다"(Anything's possible)고 짧게 답했다.

앞서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는 지난 22일 DNC 지도부 인사 7명의 이메일 1만9천252건 등을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도부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유리한 쪽으로 경선을 편파 진행했다는 의혹이 담겨 있어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해킹이 러시아 해킹 그룹의 소행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며, FBI도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김정은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