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다산칼럼] 기업인 사면해 경영일선에 서도록 해야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투자는 표류하고 저성장은 구조화
    사익편취 없고 피해보상 됐다면
    경제위기 극복 동참토록 기회 줘야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
    [다산칼럼] 기업인 사면해 경영일선에 서도록 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방침을 밝혔다. 사면 목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거론하며 “희망의 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지금이야말로 “경제와 민생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힘과 희망이 필요한 시기”라며 기업인들이 포함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반면 야권은 “기업인과 재벌을 풀어주는 특사, 여당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을 풀어주는 특사”라며 사면권 남용이 아닐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기업인 사면은 원칙에 입각하되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우리 경제의 위기 양상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경제위기는 ‘금융발(發)’ 위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실물경제가 튼실했고 재정건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확대재정을 통해 경제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위기는 ‘실물발 복합위기’다. 과거 먹거리를 제공하던 주력 산업의 쇠락이 위기의 원천이자 본질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성장률 평균은 2.93%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0%를 뚫고 내려왔다. 이 정도 성장률도 재정의 조기집행, 추경예산 편성 등 재정보강 패키지의 도움을 받은 결과다. 재정보강 없이는 성장률을 관리할 수 없을 만큼 우리 경제는 ‘재정중독’에 빠져 있다.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다. 과거 한국 경제의 견인차이던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주력 산업 위축으로 예전만큼의 기여를 기대할 수 없다. 내수도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 여력이 없다. 여기에 구조조정이 지체되면서 자체 생존능력을 상실한 ‘좀비기업’들로 경제 활력이 급격히 저하됐고, 임계점에 도달한 청년 실업으로 세대 간 갈등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저성장의 구조화는 드러난 결과일 뿐이다.

    저성장의 구조화를 깨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현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투자 확대다. 투자가 늘면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가계 소득이 증가해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다. 또 투자가 활성화되면 경제상의 효율이 증진될 수 있다. 투자는 기업이 한다. 그룹 회장이 수감되면 그룹의 투자 프로젝트는 표류하기 마련이다. 사면으로 기업인에게 특혜를 베풀라는 것이 아니다. 사면으로 그동안 지연된 대규모 투자가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원활하게 집행되고 신성장 동력 탐색에 도움이 된다면 사면을 백안시하지 말자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기업인에 대한 사면은 매우 제한적이다. 박 대통령 자신이 ‘대기업 총수에 대한 사면 제한’을 대선 공약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5925명의 특별사면을 단행했으나 기업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5812명의 사면이 이뤄졌지만 오너 기업인은 한 명에 불과했다. 기업인이 역차별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사익 편취의 목적이 없었으며, 피해 보상이 이뤄졌고, 민형사상 합의가 완료됐고, 법에 정한 기준 이상으로 형량을 충족시켰다면 경제 현장에서 열심히 뛰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순리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 2월 집행유예로 출소한 뒤 삼성의 화학·방산 계열사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꾀하고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수주 등 공격 경영을 펼쳤다. 이제는 집행유예의 족쇄를 풀어줄 때가 됐다. 이재현 회장은 문화산업 불모지에서 지난 20년간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로 글로벌 한류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 CJ그룹을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육성했다. 그 기여를 인정해야 한다.

    기업가정신만큼 소중한 자산은 없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역이용한 기업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 선점과 품질 경영으로 위기의 물결 위에 올라타지 않았다면 평범한 기업에 머물렀을 것이다.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고 기업가정신을 고양시키는 것 이상의 경기 부양책은 없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ADVERTISEMENT

    1. 1

      [민철기의 개똥法학] 내란전담재판부·법왜곡죄가 사법개혁 될 수 없는 이유

      법왜곡죄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원은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와 학계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이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위헌 논란을 의식한 듯 각계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일부 내용을 수정했으나 이를 추진하겠다는 여당의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법왜곡죄는 법관, 검사 또는 범죄 수사 종사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면 적용된다.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사건에 관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재판 또는 수사에 사용한 경우 그리고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범죄사실을 인정하거나 논리 및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사실을 인정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이다.현행법상 하급심의 잘못은 상소를 통해 상급심에서 시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어떤 판단이 잘못됐는지를 수사기관이 1차적으로 판단해 판단 주체인 법관을 기소하고 다른 법관이 재판의 타당성을 검증한다면 재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법왜곡죄는 구성 요건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어떤 행위가 범죄가 되는지를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고 이미 존재하는 직권남용죄와의 관계도 불명확하다.무엇보다 법왜곡죄가 신설되면 패소한 당사자가 이 판단을 한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 또 특정한 사건을 여론이나 다수 입장에 반해 재판한

    2. 2

      [MZ 톡톡] AI, 무엇을 믿지 않을 것인가

      나와 내 가족, 친구의 얼굴이 등장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표정과 말투,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까지 자연스럽다. 이것이 인공지능(AI)이 만든 가짜 영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 순간부터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의 어디까지를 진짜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얼굴이 조작된 가짜 영상이 빠르게 확산해 범죄와 사회 문제로 번지는 현상이 벌어진다.생성형 AI는 언제나 빠르고 확신에 찬 답을 내놓는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대신해준 판단의 효율성과 편의성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의존이 깊어질수록 심화하는 인지적 오프로딩은 단순히 생각을 덜 하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따지는 기준마저 AI에 기대는 상태로 이어진다.현실과 조작의 경계는 더 흐려진다. AI 이미지와 영상은 현실을 충실히 재연하기보다 감정을 더 극적으로 자극한다. 교실에 강아지가 들어온 장면보다 맥락 없이 코끼리가 등장하는 영상이 SNS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 장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무엇이 더 이목을 끄는지가 콘텐츠의 힘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대중에게는 인상적인 것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최근 맥도날드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 광고가 공개 직후 삭제된 사건은 이 같은 흐름에 경고를 준 사례다. 크리스마스에 재난이 발생해 사람들이 맥도날드로 대피한다는 설정의 이 광고는 AI를 통해 각종 재난 장면을 구현하는 데 기술적으로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상상력이나 유머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기념일을 재난의 이미지로 소비했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꼈다. 무엇이든 만

    3. 3

      [오승민의 HR이노베이션] 가짜 일에 빠진 조직, 진짜는 어디에?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사진)에서 백 상무는 주인공 김 부장에게 이렇게 외친다. “너는 인마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일하는 기분을 내고 있지.” 이 한마디는 오늘날 많은 조직이 겪는 문제를 정확히 짚는다. 많은 조직에서 연말 성과평가 항목을 초과 달성하고, 혁신 과제 성과를 발표하고,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이 30% 이상 향상됐다고 외친다. 하지만 회사 환경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우리는 가짜 일에 빠져 진짜 일을 놓치고 있다. 이런 가짜 일들이 지속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즉문즉답' 강박이 낳은 비효율즉문즉답 문화는 가짜 일이 생기는 대표적 원인이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 질문에 바로 답을 못하면 실력이 없어 보일까 봐 다양한 질문에 대비해 방대한 자료를 준비한다. 한 장짜리 보고서에 첨부 자료가 수백 장인 경우도 흔하다. 보고를 받는 사람은 보고와 무관한 질문, 혹은 아주 세세한 질문을 삼가야 한다. 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 궁금하면 보고가 끝난 후 별도로 자료를 요청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즉문즉답을 잘한다’와 ‘일을 잘한다’가 동일하다는 오해가 불필요한 가짜 일을 양산한다.‘파킨슨의 법칙’이 만든 조직의 역설도 한 이유다. 영국 역사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영국 해군 조직을 관찰하며 다음과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1914년부터 1928년까지 영국 해군의 함정은 약 67% 감소했고, 장병은 약 31.5% 줄었다. 같은 기간 전투와 무관한 해군 행정 인력은 오히려 78% 증가했다. 파킨슨은 이를 바탕으로 “일은 주어진 시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 팽창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