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올 상반기 금융권에 몰아친 ‘채용 한파’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채용 한파' 은행, 하반기 신입공채 30% 줄인다
은행권은 하반기 채용 규모를 1년 전보다 30% 넘게 줄일 예정이다. 대다수 은행이 초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인력 채용을 늘릴 여력이 없어서다. 카드회사들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나빠지면서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일 방침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은 올 하반기 각각 150~300명 규모의 정규직 공채를 한다.

일부 은행이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가운데 5대 은행의 하반기 채용 인원은 100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1500여명) 대비 33%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은행권 전체 채용 인원도 대폭 줄 전망이다.

5대 은행을 비롯해 SC제일·한국씨티 등 외국계은행, 산업·수출입·기업 등 국책은행을 모두 합한 하반기 은행권 채용 인원은 1200여명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하반기(1900여명)보다 37%가량 감소한 규모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다음달 초 일반 정규직 공채 공고를 내고 30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상반기를 합한 연간 채용은 120여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40여명, 200여명의 일반 정규직을 하반기에 뽑을 계획이다.

KEB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아직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지난달 옛 하나·외환은행의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을 마무리한 KEB하나은행은 영업점 통·폐합 및 인력 재배치를 마무리한 뒤 하반기 채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조선·해운 관련 기업에 대한 거액의 충당금 부담을 안고 있는 농협은행은 대규모로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와 조율을 거쳐 하반기 채용 계획을 정할 방침이다.

A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하반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이 모바일전문은행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구조를 재편하고 있어 대규모 신규 채용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은행은 결원이 생긴 부서 단위로 필요한 전문인력을 수시 채용할 방침이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채용보다는 인력 수요가 있는 분야의 전문 인력을 수시로 뽑는 방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0월께 하반기 공채를 시작할 국책은행의 채용 상황은 더 어렵다. 산업·수출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부실 책임을 지고 인력을 5~10% 정도 줄여야 하는 만큼 신규 채용을 늘릴 여력이 크지 않다. 기업은행도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 채용 전망도 밝지 않다. 대형 카드회사 중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곳이 많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 1분기 카드업계 총자산이익률(ROA)이 3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비용 절감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대부분 카드사가 지난해보다 채용 인원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와 저축은행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하반기 채용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국계은행과 마찬가지로 결원이 발생했을 때 수시로 신규 인력을 채용하거나 경력직으로 충원할 방침이다.

김은정/윤희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