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 지배적 지위 강화 우려에 "경쟁 통한 서비스 개선 막아"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사실상 불허한 것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 방송시장에서 지배적 지위가 한층 강화된다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SO) 업계 점유율 1위이고, SK텔레콤 계열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IP)TV 업계 2위로, 두 회사가 합병하면 가입자 717만명에 달하는 거대 방송기업이 된다.

하지만 CJ헬로비전을 중심으로 한 케이블TV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 결정이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 기조를 훼손할 뿐 아니라 업계의 자발적 구조개혁 의지를 꺾는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반발도 나오고 있다.

5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평균 가입자는 케이블TV 업계 중 CJ헬로비전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13.72%인 382만명으로 업계 1위다.

이어 티브로드가 점유율 11.67%로 2위를 차지했으며, 딜라이브(옛 씨앤앰) 7.23%, CMB 5.40%, 현대HCN 4.86%, 개별SO 10개사 6.64% 등의 순이다.

IPTV 업계 중에서는 KT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18.31%(510만명)를 점유해 1위이며, SK브로드밴드가 12.05%, LGU+가 9.0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위성방송은 KT스카이라이프가 가입자 307만명으로 11.03%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가 합병하면 지난해 말 현재로 전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25.77%로, 특수관계자인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시장점유율 29.34%에 이어 두번째가 된다.

여기에 지속적인 가입자 감소로 케이블TV 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하면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까지 더해져 유료방송시장의 지배적 지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케이블TV 가입자는 지난 2월 말 현재 1천442만명으로, 2014년 말의 1천468만명보다 1.8% 줄었다.

2014년에는 전년의 1천485만명보다 1.1% 감소했다.

이에 비해 IPTV 가입자는 올해 3월 현재 1천264만명으로 2014년 1천84만명보다 16.6% 늘었고,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도 이 기간 426만명에서 431만명으로 1.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케이블TV는 지난해 방송매출이 2조2천590억 원으로 전년보다 3.7% 줄어든 반면 IPTV의 지난해 방송매출은 1조9천88억 원으로 전년보다 28.3%나 급증했다.

이런 점 등을 들어 KT와 LG유플러스(LGU+) 등 경쟁 이동통신과 지상파 업계는 두 회사의 합병에 SK텔레콤의 이동통신 분야 경쟁력까지 더해지면 방송시장 지배력이 SK계열로 집중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합병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실제 공정위도 이번 심사보고서에서 두 회사가 합병하면 CJ헬로비전의 전국 23개 권역 중 21곳에서 가입자 1위로, 시장 지배적 지위가 강화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정부 유료방송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케이블업계의 자구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블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은 지난해 유료방송 점유율을 전국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합산규제 정책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권역별 점유율을 따지는 것은 전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PTV 사업자보다 중소 케이블TV 업계를 더 규제하는 모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이블업계는 규모의 한계, 지역사업자의 한계로 가입자 감소, 매출 감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위기 타개를 위한 구조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번 인수합병 불허로 자구적인 구조개편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CJ헬로비전도 입장자료에서 "'늑장심사 끝 불허'를 통해 조직을 두 번 위기에 빠뜨렸다"면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 산업 내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 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고 강력 반발했다.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병하면 거대 독점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상은 양사 가입자를 합해도 KT에 이은 2위에 불과하다"며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된 유료방송 시장 흐름에서도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라 경쟁을 제한한 것은 구태"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이슬기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