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미안할 뿐이죠.”

[취재수첩] 세대갈등 몸살 앓는 회계업계
지난 22일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총회에서 만난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이 한숨을 쉬며 건넨 말이다. 회계업계 자기 반성의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날 총회는 선배들을 겨냥한 ‘후배 회계사’들의 쓴소리로 가득했다. 이날로 회장 임기를 마친 강성원 전 회계사회 회장은 빅4 회계법인과의 합동 자정결의로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따른 부실감사 논란과 감사정보를 활용한 회계사들의 불법 주식투자 등으로 회계업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젊은 회계사들의 ‘공세’로 안건 통과가 지연되면서 자정결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기업들에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야 하는 공인회계사회의 예산 운영이 부끄러울 정도로 불투명하다”고 회계사회를 몰아세웠다. 기득권을 가진 ‘선배’들에 대한 불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날 총회는 회계업계가 직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젊은 회계사들은 요즘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일)업종 종사자’라고 자조한다. 많은 업무량에 비해 적은 보수도 억울한데 감사 실패에 따른 사회적 책임은 갈수록 막중해지고 있어서다. 2011년 1만3000명에 달하던 회계사 시험 응시자 숫자도 매년 감소세다. 한 회계사는 “지금 장년층에 있는 회계사들은 과거 많은 것을 누렸지만 요즘 청년 회계사들의 보수는 웬만한 대기업에 못 미친다”며 “이 와중에 분식회계 기업들과 ‘공모’한 집단으로 취급받으면서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는 자긍심은 땅에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을’의 위치에 있는 회계사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는 회계사들의 하소연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지금 회계업계가 직면한 위기의 일부분은 분명히 자초한 것이다. 부실감사를 유발하는 저가 수임이 문제라면 지금이라도 선배와 후배가 머리를 맞대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최중경 신임 회계사회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회계업계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이유정 증권부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