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북부도시 쿠마나에서는 식량운반 트럭이 무장 경비요원의 경호를 받으며 지나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상점과 약국 앞에는 총탄으로 무장한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심각한 식량난으로 폭도들이 상점을 침입하는 사건이 늘면서 경계가 삼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굶주림에 지친 베네수엘라 주민이 식량과 약을 구하기 위해 벌이는 폭동과 약탈이 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2주 동안에만 50여차례의 ‘식량 폭동’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상점이 파괴되고, 최소 5명이 사망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도시에 군대를 풀었다.

이런 혼란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추락하면서 시작됐다. 석유가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는 생활필수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유가가 치솟을 때는 경제 상황이 좋았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유가가 하락하면서 볼리바르화 가치가 폭락했고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베네수엘라의 호황기에 유년 시절을 보낸 20대 청년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과거 카니발에서 재미로 서로 달걀을 던지기도 했는데 이제 달걀은 금처럼 귀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가족의 일부는 다른 사람을 위해 끼니를 거르기도 한다. 림프암을 앓고 있는 루실라 폰세카는 “우리는 지금 ‘마두로 다이어트’를 하며 살고 있다”고 비꼬았다.

시몬볼리바르대학이 최근 내놓은 생활 수준 조사에서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87%에 달했다. 월급 생활자의 72%가 모아둔 월급을 음식을 사는 데 쏟아붓는다는 결과도 나왔다.

NYT는 “베네수엘라 시민에게 언제 마지막으로 식사했는지 물어본다면 대부분 ‘오늘은 아니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