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무슬림 음모론' 제기에 직격탄…"트럼프는 '버서' 운동의 리더"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본선 맞상대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무슬림 사이에 뭔가 있는 것처럼 음모론을 제기한 데 대해 수치스럽고 도를 넘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펜실베이니아 주(州) 피츠버그 유세에서 "트럼프는 사상 최악의 (플로리다 주 올랜도) 참사가 있은 지 하루만인 어제 아침 TV에 나와서 오바마 대통령이 마치 테러리스트 편이라는 식으로 언급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특히 "잠깐만 생각해 보자. 심지어 정치적으로 분열된 시기라 할지라도 이것(트럼프 발언)은 대선 후보의 말치고는 한참 도를 넘은 것"이라면서 "아울러 이는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49명의 유족에게 수치스럽고 무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는 트럼프가 기질적으로도 그렇고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에는 완전히 부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트럼프를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며 거짓말쟁이, 무례한 사람"으로 분명하게 규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나라는 단호하지도 똑똑하지 않은 사람(오바마 대통령)이 이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행동하는 방식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는데 (수상한) 뭔가가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음모론적 주장을 펴 논란을 일으켰다.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가 과거 오바마 대통령의 출생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최근 멕시코계 연방 판사의 멕시코 혈통을 문제 삼을 것을 거론하며 트럼프를 '버서'(birther·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운동의 지도자로 규정했다.

이어 "TV 리얼리티 쇼 스타로서 팔을 번쩍 들면서 '당신은 해고야'라고 소리치는 트럼프와 공화당 대선후보로서의 트럼프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면서 "음모론이나 병적인 자기칭찬은 필요 없다.

대신 우리는 잔혹한 적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리더십과 상식,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와 함께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는 극단주의자들에 맞서 싸우는 데 절실히 필요한 동맹은 물론 자생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을 막는 데 꼭 필요한 미국 내 무슬림의 적대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결국 '이슬람국가'(IS)의 손에 놀아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트럼프처럼) 한 종교를 악마화하지도 않고 전쟁도 선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트럼프가 전날 아프가니스탄 이민자의 후손으로 뉴욕에서 태어난 올랜도 테러범 오마르 마틴이 "아프간에서 태어났다"고 '실언'한데 대해선 "그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뉴욕 퀸즈에서 태어났다"고 꼬집었다.

지금의 '트럼프 일가'가 트럼프의 독일인 할아버지가 이민 와 일군 것이라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유세 말미에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자신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 주면서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 대통령 직무에 대한 초당파적 조언과 지지를 담은 서한을 남겨뒀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너그럽고 공정한 마음이 가득찬 나라로 다시 한번 만들자"고 독려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