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회사채 발행 등 자본확충 지원방안 다각도 모색

금융지주사들이 기업 구조조정으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진 은행 자회사를 돕기 위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3월과 4월에 각각 1천100억원, 1천500억원 등 총 2천600억 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하반기에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 발행 규모는 추후 산정될 소요 자금에 맞춰 결정될 예정이다.

이를 놓고 투자업계에서는 향후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시장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을 쌓으면서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를 적극적으로 발행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은행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금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지주사의 회사채 발행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금융그룹 내의 자금확충 방안에 특히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농협은행의 해운·조선사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한 STX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만 1조3천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4월 말 기준으로 6천700억원 정도만 충당금을 적립해 둔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면 BIS 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협금융지주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까지 농협은행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에 집중된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을 일제히 정리하겠다는 '빅배스(Big Bath)' 방침을 밝혔다.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STX조선해양을 시작으로 중소 조선사들의 법정관리행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추가 충당금을 쌓기 위한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놨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여신 분류 조정으로 충당금 부담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시중은행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중은행들이 긴장하는 것은 또다른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전체 익스포저가 23조원에 달할 정도로 업황이 바닥으로 추락한 조선업종에 대한 여신 비중이 큰 탓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여신의 경우 수출입은행이 12조6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산업은행이 6조3천억원, 농협은행이 1조4천억원 수준이다.

이밖에 하나은행(8천250억원), 국민은행(6천300억원), 우리은행(4천900억원), 신한은행(2천800억원)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전체 대출규모도 2조2천억원을 웃돈다.

채권은행들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 여신 분류 중 조선업종에 대한 여신의 대부분을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해 놓고 있다.

그러나 부실채권을 의미하는 고정 이하 단계로 분류등급을 조정하게 되면 엄청난 충당금 적립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각 금융지주사가 충당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은행 자회사의 자본 확충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는 작년 1조7천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8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신한금융지주는 또 올 하반기 예정된 신한금융투자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추가 자금 소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올 상반기 발행한 회사채에는 조흥은행·LG카드를 인수하면서 들어갔던 자금에 대한 차환 발행분도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이달 들어 현대증권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6천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작년 외환은행 인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1조2천9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초 6천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또 찍어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4대 금융지주사들은 인수·합병(M&A), 기업 구조조정 이슈, 바젤Ⅲ에 따른 건전성 강화 등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