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니 러시아산 무기 구매 나설듯…미얀마도 국방협력 모색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맞설 정도로 세계 안보 지형에서 동남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아세안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베트남 정부소식지 등에 따르면 러시아와 아세안 10개 회원국은 오는 19∼20일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양측의 '대화 동반자 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양측의 협력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과 경제 성장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제·안보 분야의 관계 증진을 기대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세안의 에너지, 교통, 사회기반시설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지역 안보와 관련해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러시아는 아세안 정상들과 개별 회담을 열어 협력의 끈을 죄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석유·가스 개발을 중심으로 양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동통신, 금융, 제조업, 조선업, 농업 분야에서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방위 분야에서 밀접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베트남은 지난해 러시아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건조한 초계함 2척을 실전 배치하고 잠수함을 구매하는 등 러시아 군사장비 의존도가 높다.

메드베데프 총리와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17일 회담을 한다.

양측은 에너지, 정보기술, 투자 등 8개 분야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나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2014년 쿠데타 이후 미국과의 무기거래가 막힌 태국은 러시아에서 출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프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는 이번 방문기간에 구형 무기를 대체할 러시아안 탱크와 헬리콥터 구매를 타진할 계획이다.

또 노후 전투기 교체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인도네시아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기간에 러시아산 최신예 전투기인 Su-35 구매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후 첫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틴 초 미얀마 대통령도 러시아측과 국방분야 협력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의 제재조치로 그동안 서방국가와 국방분야 교류를 하지 못햇던 미얀마 군부는 최근 러시아와 국방분야 협력 강화를 강력하게 주문했고, 미얀마 의회도 러시아와의 국방분야 협력안을 승인했다.

이 밖에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번 러시아 방문길에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대통해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강화를 모색할 전망이다.

아세안이 작년 말 경제공동체 출범과 함께 세계 7위 경제권으로 부상하자 러시아가 동남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경제 지원과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노이 방콕연합뉴스) 김문성 김상훈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