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위해 '한 배' 탈지 놓고 첫 공식 대좌, 트럼프 공약·유세방식 조정 관건
공동성명서 "당의 단합과 대선승리 위해 협력" 단합 분위기 연출

미국 공화당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12일(현지시간) '공식 담판'을 벌였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11월8일 대선 승리를 위해 '한 배'를 탈지를 놓고서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미 의회에 위치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에서 라인스 프리버스 전국위 위원장 주선으로 전격 회동했다.

둘의 회동은 트럼프가 지난 3일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압승하며 사실상의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아웃사이더'인 그에 대한 지지를 놓고 당 주류가 절반으로 쪼개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결과에 큰 관심이 쏠렸다.

대화의 세부 내용은 즉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양측은 회동 종료후 공동성명을 통해 "몇몇 차이점에 대해 솔직히 대화했고 동시에 아주 중요한 공통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며 "앞으로 당의 단합과 대선승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화당 안팎에서는 이날 회동의 핵심은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추인하고 향후 확실히 협력할지 여부라는 말이 나왔다.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정통 보수주의 브랜드에 합당한 정책공약에 동의할지 ▲인종과 종교, 여성차별 등 막말과 기행이 아닌 더욱 전통적인 방식의 대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약속할지 등이 관건으로 꼽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이언 의장에게는 대선을 앞두고 하원 내 분열을 치유하면서 당의 보수주의 브랜드를 추구할 균형자 역할이 요구된다"며 "라이언 의장은 단순히 무역과 이민, 사회보장 수급에 대한 양측의 의견차이의 조정을 넘어, 트럼프가 보수주의 정부의 원칙을 인정하고 유세의 톤을 누그러뜨릴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워싱턴 주류정치와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고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를 부채질하는 방식으로 경선 레이스를 진행해온 트럼프가 순순히 자신의 방식을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회동에 앞서 두 후보는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라이언 의장은 지난 5일 CNN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으며 그럴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며 지지 유보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도 "그가 나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에 맞춰 행동에 착수할 것"이라며 라이언 의장을 7월 전당대회 의장직에서 끌어내리는 등 강경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와 1인자가 격렬히 충돌하자 당내에서는 자칫 집안싸움에 차기 대권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에게 고스란히 헌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급부상했다.

여기에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거나 비판한 반면 2008년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경선 경쟁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럼프 지지로 입장을 바꾸면서 공화당의 적전분열은 극대화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런 흐름 속에서 나왔다.

라이의 의장은 회동 하루 전인 11일 당 소속 하원의원들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11월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꺾으려면 당이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지지불가 발언에 대해서는 "충동적으로 나온 반응이었다"며 물러섰다.

이에 트럼프 역시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을 많이 존경한다.

우리가 합의에 이르면 대단할 것"이라며 화답했다.

특히 라이언 의장이 '빅 텐트(big tent)론'을 던지며 트럼프의 정책구상까지 폭넓게 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트럼프도 "무슬림 입국금지 주장은 그저 제안이었다"며 히스패닉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이민관련 발언에서 한발 물러서는 등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당 주류와 트럼프는 대선자금 모금에서 서로 힘을 합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가 RNC의 힘을 빌어 10억 달러(1조1천670억 원)∼15억 달러(1조7천505억 원)로 추산되는 천문학적 대선자금을 모으기로 한 것. '승리 펀드'라는 이름이 붙은 이 펀드는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떠오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캠프의 재정 책임자였던 레이 워시번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전문매체인 '더 힐'은 "라이언 의장이 이날 회동에서도 트럼프를 곧바로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는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며 "이보다는 공화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와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을 지키고 공화당 브랜드를 유지하기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공식 대좌는 일종의 첫 공개입찰의 성격을 띨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는 라이언 의장과의 회동에 이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도 만난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