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안도 다다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5). 오사카 변두리에서 태어난 그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중학교 때 집을 고치러 온 젊은 목수를 만난 뒤 건축에 관심이 생겼다. 공업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대학은 꿈도 못 꿨다. 건축과에 들어간 친구들 어깨너머로 교과서를 알아내 밤낮으로 읽고 또 읽었다. 4년 배울 양을 1년 만에 독파했다.

배운 걸 함께 나눌 친구가 없어 괴로웠다. 불안과 고독이 밀려왔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유럽으로 떠났다. ‘근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고 싶었다. 프랑스에 도착하기 전 그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보진 못했다. 그 길로 세계를 떠돌았다. 거의 굶으면서 다녔다.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건축사무소를 열기 전까지 그랬다. 그에게는 ‘독학’과 ‘답사여행’이 곧 스승이었다. 그 길에서 건축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법은 오감으로 공간을 체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터득했다. 자격증은 나중에 땄다. 대학 문턱에도 못 가본 독학 건축사에게 일이 저절로 들어올 리가 없었다. 직접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잖아도 공터만 보면 손이 근질거리고 설계안이 떠올랐다. 수없이 퇴짜를 맞은 끝에 오사카의 ‘스미요시 연립주택’ 설계를 땄고, 이것으로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았다.

그 뒤로 공공건물과 교회, 절, 미술관을 지으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그가 최우선으로 삼은 것은 자연과의 조화였다. 인간과 자연의 만남, 빛과 그림자의 조화, 고요와 명상의 접점에서 건축미의 본질을 발견했다. ‘물의 교회’와 ‘물의 절’ ‘빛의 교회’ ‘지카쓰 아스카 역사박물관’ 등이 그렇게 탄생했다. 그 유명한 ‘예술섬’ 나오시마의 지추(地中)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콘크리트 역시 이런 철학 위에서 ‘누드 건축’이라는 새 장을 열었다.

그는 “명상적 초월의 이면에는 누구보다 엄격한 치열성과 긴장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기 삶에서 빛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눈앞에 있는 힘겨운 현실이라는 그림자를 직시하고 그걸 뛰어넘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대학 졸업장조차 없이 예일, 하버드에 이어 도쿄대 교수가 된 것도 이 덕분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제주도의 지니어스로사이, 글라스하우스, 본태박물관과 강원 원주 한솔뮤지엄, 최근에 지은 서울 재능문화센터 등 다섯 군데다. 다음 작품은 서울 마곡지구에 들어설 LG아트센터라고 한다. 2020년 완공이라는데 벌써 그의 ‘그림’이 궁금해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