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력 소비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경제의 근간을 차지하는데다 이들 산업용 전력을 생산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특혜성 전력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8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전력 생산량(Electricity output)은 1990년 7천629테라와트시(TWh)에서 2013년 1만796TWh로 4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량은 105TWh에서 538TWh로 무려 410.5% 급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전체 증가율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회원국별로 살펴봐도 가장 많이 늘어난 수준이다.

전력의 경우 발전 후 소비자에게 가는 동안 일정 손실이 발생하지만 저장이 어려운 만큼 전력 생산량은 곧 소비량과 같다.

즉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르게 에너지다소비 국가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이어 터키(317.3%), 아이슬란드(301.7%), 칠레(297.7%), 룩셈부르크(196.3%), 이스라엘(186.8%), 멕시코(156.5%) 등도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프랑스(36%), 캐나다(35.2%), 뉴질랜드(34.1%), 미국(33.8%), 오스트리아(30.9%), 일본(24.3%), 벨기에(16.8%), 독일(14.6%), 영국(12.1%) 등은 전력소비 증가율이 더뎠고 노르웨이(9.9%), 헝가리(6.5%), 스웨덴(4.8%) 등은 20년이 지날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빠른 전력 소비량 증가는 이 기간 경제성장률이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데다 산업구조가 철강과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기업에 대한 지원 차원에서 산업용 전력의 가격을 원가 이하로 낮게 유지하는 특혜를 제공, 산업현장에서 무분별한 전력 소비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2012년 기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6위에 그쳤지만 산업용과 공공·산업용까지 합친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은 8위로 집계됐다.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산업용이 차지하고 가정용은 13%에 불과해 산업용과 가정용, 공공·상업용 전력 소비 비율이 엇비슷한 OECD 다른 국가들과 대조를 이뤘다.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가혹한' 누진제를 적용하지만 산업용에는 특혜를 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료로 인해 철강업체 중에서는 용광로를 전기로 가동하는 곳이 있는 등 심각한 수요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석탄발전 위주의 전력정책을 바로 잡아 온실가스도 줄이고 신기후체제에도 대비하는 장기적 안목의 에너지 정책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