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 도시 이야기’ 첫 무대에 오르는 이한나(왼쪽부터), 김재영, 이정란.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8일 ‘세 도시 이야기’ 첫 무대에 오르는 이한나(왼쪽부터), 김재영, 이정란.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9세기 말 음악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일었다. 세기말 불안감이 음악에 녹아들며 나타난 변화였다. 안톤 브루크너, 구스타프 말러 등 후기 낭만파 작곡가들은 조화롭고 풍성한 선율에서 벗어나 짙은 어둠과 슬픔이 배어나는 곡을 썼다. 장조와 단조의 경계가 흐려지고 조성이 없는 무조 음악에 가까운 선율도 등장했다.

28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세 도시 이야기’ 첫 무대에 세기말 빈의 음악이 흐른다. 무대에 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1), 첼리스트 이정란(33), 비올리스트 이한나(31)는 “브루크너, 말러의 숨은 명곡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세기말 모더니즘이 태동하기 시작하던 빈의 분위기를 생동감 있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금호문화재단이 200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음악영재 지원 프로그램인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출신이다. 이정란은 “길거리에서도 뛰어난 클래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빈 특유의 매력을 연주에 잘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첫 연주곡은 브루크너의 ‘현악사중주 c단조’. 브루크너의 유일한 현악사중주로 깊고 격정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이어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 a단조’를 연주한다. 말러의 초창기 작품으로 젊은이 특유의 고뇌와 비통함이 담겨 있다. 김재영은 “연주자들도 잘 접해보지 못한 숨은 명곡들”이라며 “작곡가 본인에게도 실험적이던 곡들을 흥미롭게 해석하고 연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도시 이야기’는 세 차례 열린다.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에 이어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는 다음달 12일, ‘20세기 말 미국 뉴욕’은 19일 같은 무대에 오른다. 파리 무대에서는 ‘듀오 유+킴(유재경 김윤지)’이 두 대의 피아노로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흑과 백으로’ 등을 연주한다. 뉴욕 무대에선 이지혜(바이올린) 김민지(첼로) 김다솔(피아노) 박종해(피아노) 등이 새뮤얼 바버, 레너드 번스타인, 찰스 아이브스 등 미국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준다.

이한나는 “근현대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와 지역을 꼽아 특색 있는 작품을 들려주는 기획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전석 4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