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과일소주, 올해는 탄산주
2000년대 초반 대학생들은 소주에 레몬, 사과 등을 넣은 과일 소주를 마셨다. 2010년대 들어서는 유행이 막걸리로 옮겨갔다. 홍대 앞 상수동 등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거리에 딸기, 요구르트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막걸리를 파는 전문점들이 들어섰다. 지역 특산품으로 땅콩막걸리, 감귤막걸리, 밤막걸리 등이 출시되기도 했다.

과일 등 달콤한 재료를 섞어 마시는 술의 인기가 지속되자 주류업체들이 아예 과일을 넣어 제조한 술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자몽, 유자 등이 첨가된 다양한 과일소주가 출시됐다. 그 열풍이 올해는 탄산주로 이어지고 있다. 탄산주는 화이트와인, 매실주, 맥주 등 도수가 높지 않은 술에 다양한 맛과 탄산을 더해 알코올 특유의 쓴맛을 잡고 청량감을 높였다. 평균 3~5도의 저도수 술이다.

탄산주 열풍은 지난해 9월 보해양조가 소다맛 탄산주 ‘부라더소다’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부라더소다는 탄산음료인 ‘밀키스’를 먹는 것 같아 부담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인증샷이 올라오면서 입소문을 탔다. 술에 약한 여성들도 즐겨 마시면서 출시 4개월 만에 1000만병 넘게 판매됐다.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확인한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탄산주를 내놨다. 무학과 롯데주류, 디아지오코리아 등이 각각 과일맛 탄산주인 ‘트로피칼톡소다’와 매실맛 탄산주인 ‘설중매 매실소다’, ‘스미노프아이스’ 등을 선보였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내놓은 호가든로제도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했다. 부라더소다(750㎖), 설중매 매실소다(330㎖) 등은 출고가 기준 1000원대. 용량을 감안하면 맥주보다 싸다.

달콤한 맛의 저도수 술 제품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술 마시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어서라는 분석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19세 이상 여성의 월간 음주율(1년간 한 달에 1회 이상 술 마신 비율)은 2008년 40.8%에서 2013년 45.1%로 증가해 남성(75.3%→77.1%)보다 더 큰 폭으로 늘었다. 20대 여성은 55.2%에서 64.8%로 늘어 성별과 연령층을 통틀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시장 주요 소비자인 40~50대 남성의 소비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여성과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늘어나는 것도 탄산주 열풍의 한 배경이다. 퇴근길에 맥주 한두 캔을 사가던 사람들이 탄산주 등 다양한 맛의 술을 사서 즐기는 것이다.

김수현 디아지오코리아 과장은 “우리보다 먼저 혼술족이 생겨난 일본에서는 탄산주와 같은 RTD(ready to drink)가 연간 8630만상자(1상자=9L) 이상 팔릴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한국도 1인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