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과 무역 및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계약의 3대 원칙과 6대 계약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사진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풍경.
이슬람권과 무역 및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계약의 3대 원칙과 6대 계약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사진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풍경.
이슬람권에서의 거래는 통상적으로 이슬람교 율법을 지칭하는 ‘샤리아’에서 규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샤리아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 순나, 하디스를 따르는 관습과 활동을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우리가 관심 있는 내용은 무슬림의 정치, 경제, 사회적 활동에 대한 내용을 규율하는 무아마라이다. 한국에서도 요즘 규제개혁을 위해 금지하는 내용만을 규정하고 그 외 활동은 원칙적으로 허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데, 샤리아는 기본적으로 경제활동에서 금지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네거티브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샤리아에서 금지하는 내용(이슬람에서 허용하는 방식을 말하는 ‘할랄’과 대비해 ‘하람’이라고 한다)의 핵심은 △거래에서의 이자 수취 금지 △거래 내용상의 불확실한 사항 규정 금지 △거래 내용상 도박성 금지다. 이런 세 가지 원칙하에 모든 상거래 및 금융거래가 이뤄져야 하며, 표준화되지 않은 신규거래 또는 금융거래는 이 같은 원칙을 포함해 거래 실행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독립된 샤리아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아야만 한다.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는 반드시 조직 내에 샤리아위원회를 둬야 한다.

이슬람의 거래(계약)구조는 위험 수준에 따라 통상 6가지 계약 유형으로 구분한다. 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을 기준으로 낮은 거래 위험은 ‘살람’ ‘무라바하’ ‘이스티스나’, 중간 거래 위험은 ‘이자라’, 높은 거래 위험은 ‘무다라바’ ‘무샤라카’란 이름의 계약 구조로 구분한다.

# 계약 3대 원칙·6대 방식 숙지해야

살람은 사전 구매 계약 방식이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통상적인 물건(특별히 제작하지 않더라도 시중에 존재하는 물건)에 대해 구매자는 선불 지급하되 판매자는 나중에 물건을 인도하는 매매 방식을 말한다. 살람 계약에 적용되는 계약 가격은 현재 시장가격에서 구매자가 대금을 미리 지급하였음에도 판매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부분 및 대금지급과 물건 납품까지의 기간에 해당하는 기회비용을 공제해 정해지므로 시장가격보다 항상 낮을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일종의 상품선물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무라바하는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주로 내구성 소비재)이나 기계를 은행 같은 자금 보유자가 미리 구입행 구매한 원가에 이윤을 덧붙인 가격으로 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계약방식이다. 무라바하는 금융회사가 수요자에게 대출해 주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로부터 수요자가 필요한 물건을 구입, 여기에 이윤을 덧붙여 실제 수요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금융계약 형태다. 전통적 은행의 대출과 다른 점은 은행과 대출자 간에 돈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고 물건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슬람 계약 및 금융거래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실물이 계약에 함께 포함돼 있어 돈의 흐름에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하는 이자(리바)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목적에서 발생된 계약 방식이다. 물론 무라바하를 통해 제품을 보유하게 된 수요자는 계약만기에 일시 상환 또는 분할 상환 등의 방식으로 제품 비용을 금융회사에 상환한다.

이스티스나는 주문생산에 따른 계약 방식이다. 주문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물건에 대한 생산이라는 점에서 정형화된 물건에 대한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살람과 구별된다. 이스티스나는 구매자가 요청한 내용대로 판매자가 만들어 판매하는데, 대금 지불은 계약 시 지불과 분할 지불, 제품 완성도(기성고)에 따른 지불, 인도 시 지불 등 계약 당사자가 정하는 유연한 거래 방식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제작기간이 오래 소요되는 제품의 주문계약에 적용된다. 특히 이 계약 방식은 다음에서 설명하는 이자라 방식과 결합해 전통적 방식의 건설, 플랜트, 조선 등의 산업에 사용되는 대금결제 계약이다.

# 거래 이자·불확실성·도박성 금지

이자라는 금융회사 같은 자금보유자가 설비나 건물 등을 구입해 회사나 개인같은 수요자에게 사용료를 받고 대여해 주는 형태의 계약이다. 계약 만기 시 대여 물건을 원소유주에게 반환하는 계약 형태로 전통적인 경제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운용리스 계약과 비슷하다. 이자라를 하기 위해서는 대상 자산이 분리 가능하고, 그 자체로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Biz Insight] 모든 상거래시 '샤리아' 3대원칙 지켜야
무다라바는 사업에 자본을 제공하는 자본가와 경영행위만을 제공하는 사업가 사이의 계약이다.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사전에 약정한 이익배분율에 따라 이익을 자본가에게 지급한다. 중요한 점은 사업가에 대한 이익분배 비율을 반드시 사전에 약정한다. 만일 수익이 발행하지 않거나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손실은 전적으로 자본가(투자자)가 부담한다.

무샤라카는 사업자금이나 투자금을 보유한 자본가와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가 공동출자 및 공동경영을 하고 이익 또는 손실을 사전 계약에 따라 배분하는 계약 형태다. 기본 원칙은 손실은 출자 비율에 따라 분담하지만 이익은 사전 약속한 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계약이다. 이익공유 또는 지분참여 방식이라 부른다. 이는 전통적 형태의 주식회사 또는 벤처기업 지분구조와 유사하다.

정영천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