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7조원 관광 적자, 이대로 놔둘 건가
‘8년 만의 최대 적자, 만성 적자 고착화 우려.’

지난해 한국 관광수지 성적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안 하는 법이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61억달러. 2007년 이후 8년 만의 최대 적자다. 7조원에 육박한다. 관광으로 한국이 벌어들인 수입은 152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14.3% 줄어든 반면 지출은 1년 전보다 9.3% 늘어난 213억달러를 기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직격탄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에 비해 6.8% 줄었다. 외국인들이 꽉꽉 들어차던 서울 대학로의 한류 대표 공연들이 몇 달 동안 먼지만 날렸다는 얘기가 수치로 입증된 거다. 메르스가 전부는 아닐 거라는 예측도 빗나가지 않았다. 메르스로 온 나라가 공포에 떨고 있는 순간에도 인천공항은 프로야구장을 방불케 할 만큼 인파가 넘쳤다. 해외여행을 갔다온 우리 국민은 1년 새 20.1% 늘었다.

올해는 더 심해질 거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올해 관광수지 적자는 최고 97억달러에 이를 거라는 게 관광당국의 우울한 전망이다. 이게 ‘비상 상황’ 아니고 무엇이랴. 7조원이라는 관광수지 적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부터 2년 동안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제조업과 문화, 서비스, 콘텐츠의 융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연구개발(R&D) 비용과 맞먹는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자금조달 규모(6조7838억원)보다 많다. 관광산업이 단순한 서비스산업이 아니라 경제의 선순환 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수’가 된 것이다.

사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사랑은 유별나다. 인구 대비 해외여행객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한국이 37.5%(2015년 기준)인 데 비해 일본은 12.8%에 불과하며, 스페인도 30%다. 2009년부터 5년간 국내 여행을 한 우리 국민 숫자는 22% 증가한 반면 해외 여행객은 69% 늘었다.

해외로 여행을 가겠다는 국민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외여행 자제 캠페인 따위도 코미디다. 해법은 국내 여행을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밖에 없다. 우수한 문화관광콘텐츠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바이럴 마케팅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한 적극적 홍보가 해결책이다. 숨겨진 여행지를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미 알려진 여행지도 관광객들이 두세 번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는 ‘한 방’을 제시해야 한다.

여행의 최대 애로사항인 시간 부족과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도 있다. 가령 대체휴일제를 확대 적용해 국내 여행 환경을 개선하거나, 국내 여행에서 쓴 비용은 특별소득공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여행은 문화와 연계될 때 더욱 힘을 받는다. 외국의 유명 여행지치고 문화와 연계되지 않은 곳이 없다.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문화 콘텐츠의 보배인 곳이 적지 않지만 아직은 아는 국민만 아는 게 현실이다. ‘볼 것 없고 비싸기만 하다’는 선입견을 바꾸는 게 시급한 과제다. 그래야 관광수지가 긴 적자의 터널을 벗어나 탁 트인 희망의 도로를 쌩쌩 달릴 수 있다.

김진각 <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