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구두는 스타일의 완성…가장 먼저 디자인…드레스·가방은 신발에 어울리도록 만들죠"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구두.’ 이탈리아 럭셔리 슈즈 브랜드 체사레 파치오티(Cesare Paciotti)에는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강렬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사람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 체사레 파치오티는 리한나, 캐머런 디아즈, 앤 해서웨이, 린지 로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세계적 스타들이 즐겨 신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명품의 향기] "구두는 스타일의 완성…가장 먼저 디자인…드레스·가방은 신발에 어울리도록 만들죠"
체사레 파치오티는 지난달 22일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이 브랜드의 디자이너이자 최고경영자(CEO·사진)인 체사레 파치오티(58)를 청담 매장에서 만났다. 로커를 연상시키는 새까만 가죽 재킷을 걸치고 나타난 그는 “록과 같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늘 즐기고, 이런 것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옷은 유행에 따라 쉽게 바꿔 입을 수 있지만, 진짜 스타일을 완성해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신발입니다. 신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디테일한 매력을 알 수 있죠.”

[명품의 향기] "구두는 스타일의 완성…가장 먼저 디자인…드레스·가방은 신발에 어울리도록 만들죠"
파치오티는 아버지 주세페 파치오티가 1948년 창업한 수제화 회사를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다. 초반에는 고급 남성화에서 시작해 아찔한 하이힐의 여성 구두와 의류, 핸드백, 액세서리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우리는 토털 패션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와 다른 점은 옷보다 신발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신발을 먼저 디자인하고,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들을 더해 최상의 ‘토털 룩’을 완성하죠.”

체사레 파치오티의 가격대는 정통 구두가 60만~150만원, 젊고 캐주얼한 느낌의 ‘4US’ 컬렉션은 40만~70만원 선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구두 외에 핸드백도 주력 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핸드백 컬렉션 ‘CP by 체사레 파치오티’는 40만~80만원 안팎으로,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뛰어난 상품이라는 점을 내세워 여성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체사레 파치오티의 거의 모든 제품에는 단검(dagger) 장식이 들어가 있다. 파치오티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선이 살아있는 데다 단검을 사용하던 옛 기사나 귀족들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릴 수 있어 브랜드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명품의 향기] "구두는 스타일의 완성…가장 먼저 디자인…드레스·가방은 신발에 어울리도록 만들죠"
거대 명품그룹에 인수된 유럽의 많은 패션 브랜드와 달리 체사레 파치오티는 ‘독립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큰 그룹의 일원이 되면 유행에 따라 ‘이번 시즌엔 이런 게 잘 팔리니 이런 걸 넣어보자’는 식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자금력이나 마케팅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지 몰라도 디자이너로서의 자율성과 개성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