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청정지대'를 자부해온 경기도 광주의 방어망이 뚫렸다.

국내에서 2000년 구제역과 2003년 AI 등 외래성 질병이 처음 발생한 이후 전국이 AI와 구제역으로 비상이 걸렸을 때도 광주시는 청정지대를 유지했다.

자체 개발한 축산용 생균제를 특허까지 내 보급하며 AI 유입 차단에 주력해온 시는 직접 가금류를 길러 음식재료로 쓰는 지역 내 가든형 식당에서 AI 감염이 확인되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식당 사육시설 30일간 폐쇄…시 전역 오리류 모두 예방적 처분

광주시는 남한산성면의 가든형 식당에서 고병원성 AI 검출이 확인됨에 따라 확산을 막고자 시 전역에서 사육 중인 모든 오리류를 예방적 차원에서 자가소비나 조리 후 판매를 유도하고 여의치 않으면 사들여 처분하기로 했다.

'AI 긴급행동지침' 도심지 방역관리 조치에 따라 고병원성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이 식당의 사육시설을 30일간 폐쇄 조치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 8일 직접 가금류를 길러 음식재료로 쓰는 이 식당에서 AI 의심 증상을 보이는 오리를 발견하고 정밀검사를 벌여 9일 고병원성으로 확진했다.

광주시는 긴급히 발생 식당에서 기르는 오리 26마리와 닭 7마리를 살처분하고 사육시설에 대한 소독을 끝냈다.

식당 반경 3㎞ 이내에는 가금류 농장이나 사육시설이 없어 차단 방역대와 방역초소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시 전역에서 사육 중인 13개 농가 오리류 200여 마리는 예방적 차원에서 처분할 방침이다.

소규모 사육 가정이나 식당에는 자가소비나 조리 후 판매를 유도하고 여의치 않으면 시가 사들여 처분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오리류는 닭과 달리 AI에 감염돼도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예방차원에서 더는 사육하지 않도록 모두 처분하는 게 최선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AI 발생은 지난달 26일 이천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온 지 14일 만이다.

◇ "생균제 개발·특허까지 내 보급했는데…"
AI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바이러스 차단에 힘을 쏟아온 광주시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시 농업기술센터는 2010년 5월 구제역 발생을 계기로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억제에 효과가 있는 축산용 생균제(일명 구제역 제로)를 자체 개발해 2011년 8월 국내 특허 출원했다.

이듬해 7월에는 3개 기업에 기술을 이전, 축산농가 보급에 앞장섰다.

기술 이전한 축산용 생균제는 유산균과 구연산을 배합해 만든 친환경 미생물 제제다.

유산균은 산도를 낮추면서 항바이러스 물질을 생성하고 구연산은 살균 효과가 있는 점에 착안해 구제역 억제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구제역뿐 아니라 고병원성 AI, 식중독의 원인균인 살모넬라와 대장균 등에도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그동안 전국 곳곳에서 AI와 구제역이 발생, 몸살을 앓을 때도 광주에서는 발생 없이 최근까지 '청정' 상태를 유지해왔다.

시 관계자는 "AI와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자부심이 컸는데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돼 안타깝다"며 "인근에 가금류 농장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차단 방역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