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층 연금' 안 쌓으면 노후 생활 무너진다
100세 시대가 다가오면서 노후 준비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살아갈 시간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돈 벌 시간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주식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를 통한 재테크만으로는 은퇴 후 30~40년을 버티기 어려워졌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재테크를 통한 노후자금 준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정된 노후를 보내려면 우선 연금의 다층 구조를 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가가 관리하는 국민연금(1층), 회사가 주는 퇴직연금(2층), 개인 스스로 노후 준비를 하는 개인연금(3층)이 대표적이다.

‘연금 피라미드’의 1층인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연금이다.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만 60세 이후 평생 동안 매월 연금이 지급된다. 국민연금은 납부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 40% 이상이 가입해 있지만 노후 생활 자금을 모두 충당하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4층 연금' 안 쌓으면 노후 생활 무너진다
40년 가입 기준으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임금 대비 연금 수급자가 퇴직 후 받는 연금 비율)은 70%였다. 두 차례에 걸쳐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서 지난해에는 46.5%로 떨어졌다. 2028년까지는 단계적으로 40%까지 낮아진다. 일반 직장인의 평균 가입 기간이 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5~30%에 불과하다. 은퇴자 대부분에게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추가적인 연금 확보가 필수인 이유다.

2층인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하면서 근속 연수와 급여에 따라 일정한 연금을 근로자에게 주는 확정급여(DB)형,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연금 통장에 매년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근로자가 알아서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근로자가 노후 준비를 위해 스스로 추가 불입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상당수 근로자가 중간 정산이나 잦은 이직으로 긴 노후 동안 쓸 퇴직금을 충분히 모아두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IRP를 활용하면 이직 때 수령한 퇴직금을 적립해 노후에 활용할 수도 있고,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퇴직금이 IRP에서 현금으로 인출될 때까지는 퇴직소득세(6.6~41.8%)를 과세하지 않는다. 또 퇴직금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 감면 받을 수 있다.

3층인 개인연금은 판매처에 따라 연금저축신탁(은행), 연금저축보험(생·손보사), 연금저축펀드(자산운용사)로 나뉜다. 연금저축신탁과 연금저축보험은 원금이 보장되지만 수익률이 낮고, 연금저축펀드는 원금은 보장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 개인연금은 세액 공제 혜택이 있는 만큼 자신의 성향에 따른 연금상품을 골라 가능한 한 빨리 가입해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한꺼번에 많은 돈을 내면 중도 해지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연금은 중도 해지하거나 목돈으로 찾으면 기타소득세(16.5%)를 내야 한다. 몇 년 이내 필요한 자금은 넣지 않는 게 낫다는 의미다. 개인연금은 절세 상품이라기보다는 노후 자금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는 주택연금을 더해 4층 연금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은퇴자 대부분이 금융자산은 거의 없고, 아파트 등 주택만 한 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그 집에 살면서 일정 기간이나 평생에 걸쳐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주택연금 계약 만료 후 남은 주택 가치에 대해서는 자녀에게 상속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25일에는 기존 주택연금의 가입 문턱을 낮춘 새로운 주택연금인 이른바 ‘내집연금 3종 세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저가 주택 보유자 대상 우대형 주택연금, 40~50대 대상 주택연금 사전 예약 보금자리론, 60대 대상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등이다. 소비자들의 주택연금 선택 폭이 더 넓어지는 것이다.

선진국에는 이미 ‘노후 준비는 연금으로 시작해서 연금으로 끝난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연금상품을 찾아 긴 노후를 대비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